“자살 줄이려면 알코올 중독 관리부터… ” 국민일보, 자살예방·상담 전문가 11명 대상 심층 설문조사
입력 2014-04-02 03:22 수정 2014-04-02 11:04
“음주 문제 해결 없이 자살 예방을 논하는 건 탁상공론이다.”(민성호 연세대 원주의대 교수)
“알코올 의존을 줄이는 게 중요한 자살 예방 정책인데 언제 어디서든 술을 쉽게 구하도록 하고 중독 관리는 소홀했다.”(이명수 서울시자살예방센터장)
정부는 지난해 2차 자살예방종합대책(2009∼2013) 시행을 마무리했다. 고독성 농약 판매 관리, 지하철·교량 안전 강화, 자살보도 관리, 알코올 관리, 고위험군 관리, 응급출동체계 구축, 자살통계·연구체계 개선 등이 주요 대책이었다. 이 가운데 알코올 관리가 가장 소홀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표 참조). 죽음의 공포를 억누르려 술을 마시든, 술기운에 우발적으로 자살을 시도하든 술과 자살은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는데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일보는 ‘자살이란 이름의 질병’ 시리즈에 조언하고 있는 자살예방·상담 전문가 11명(명단 7면)을 대상으로 심층 설문조사를 벌였다. 2차 자살예방종합대책에 담긴 29개 세부 과제의 성취 정도와 향후 중요하게 다뤄야 할 과제를 물었다.
설문에 응한 전문가 중 절반이 넘는 6명이 알코올 관리가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2차 자살예방대책에서 알코올 질환자 생활훈련·직업재활 프로그램 개발 등 ‘알코올 중독자 관리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었다. 박종익 강원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현장에서 알코올 중독자 관리 체계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고, 민성호 교수는 “자살에 미치는 음주의 영향에 무지했고 관심도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중점 추진해야 할 대책으로 자살유가족·정신질환자 등 고위험군 관리와 함께 알코올 중독자 사례 관리(6명)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해국 가톨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알코올 중독자를 비롯한 고위험군 관리는 가장 효율적인 대책”이라고 말했다. 홍기정 서울 보라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자살 고위험군을 데이터베이스화하고 모니터링 지표를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미라 서울 서부 위(Wee)센터장은 “지역별, 연령대별 맞춤형 예방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하다”고 했다. 자살보도 관리(5명)와 우울증 관리(5명) 등도 비중 있게 추진돼야 할 정책으로 꼽혔다.
제초제 ‘그라목손’ 등 고독성 농약 관리 강화(8명), 지하철 역사 스크린도어 등 안전시설 확충(7명) 등은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은진 노원정신보건센터 부센터장은 “자살 시도를 최대한 번거롭게 하는 것은 매우 좋은 예방책”이라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