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2013년 순익 38조… 15% 가까이 급감
입력 2014-04-02 03:06
유례없이 장기화된 경기 둔화에 코스피지수를 구성하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순이익이 지난해 15% 가까이 감소했다. 그나마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보면 삼성전자가 차지한 순이익 비중이 전체 상장사의 절반에 육박, ‘대장주 쏠림현상’이 여과 없이 드러났다. 31일 공개된 최고경영자(CEO)들의 고액 연봉이 실적에 비해 터무니없는 수준은 아닌지 산정 기준까지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사협의회가 개별재무제표 기준으로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법인들의 2013사업연도 실적을 분석한 결과, 상장사 613곳의 당기순이익은 37조9595억원으로 2012년(44조5412억원)보다 6조5817억원(14.78%) 감소했다. 전체 법인 중 159곳(25.94%)이 적자였다. 순이익이 줄어드는 동안 매출액은 0.87% 증가하며 사실상 제자리걸음에 그쳤다.
지배·종속회사 관계로 얽힌 여러 기업을 하나의 기업으로 간주해 따진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도 지난해 순이익(61조7407억원)은 2012년(64조5622억원)보다 2조8215억원(4.37%)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개별·연결 기준을 가리지 않고 적자가 입증된 것이다.
이는 그나마 영업에 선방한 삼성전자의 도움으로 마련된 성적표다. 지난해 순이익이 가장 크게 늘어난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나머지 상장사의 순이익은 2012년보다 23.21%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는 다른 상장사들이 1년 내내 거둔 이익만큼을 혼자 벌어들이고 있었다. 연결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삼성전자의 순이익은 30조4748억원으로 전체의 49.36%를 차지했다. 이 비중은 2009년만 해도 20%를 밑돌았지만 꾸준히 증가, 삼성전자 독주가 과도해진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실적 악화는 세계적으로 장기화된 경기 둔화와 이웃 일본의 엔저 정책 여파 때문으로 분석됐다. 흑자 규모가 커지거나 흑자로 전환한 업종은 6개에 불과했다. 반면 8개 업종은 흑자 폭이 줄었고, 건설·운수창고 등 3개 경기민감 업종은 적자를 지속했다.
코스닥시장 상장사들의 순이익도 크게 감소했다. 거래소와 코스닥협회가 개별재무제표 기준으로 12월 결산법인들의 2013사업연도 실적을 분석한 결과 919곳의 당기순이익은 3조1421억원으로 2012년(3조8086억원)보다 6665억원(17.50%) 감소했다. 전체 중 273곳(29.70%)이 적자였다. 다만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는 코스닥시장 상장사들의 순이익이 1.51% 늘어난 것으로 계산됐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