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목회와신학’ 목회자 대상 설문조사 결과… 목회자 4명중 3명 “생계 위해서라면 이중직 찬성”
입력 2014-04-02 03:31
K목사(44)는 요즘 쌀 파이를 만들어 팔고 있다. 경기도 일산에서 2년 전 상가 교회를 개척했지만 교회개척자금은 6개월 만에 바닥이 났다. 장년 성도는 10명도 안되는데, 매달 교회 임대료 및 전도사 사례비 200만원을 포함해 고정 비용만 400만원이 넘게 들어가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갖게 된 ‘투잡’이다.
한국교회 목회자들 가운데 4명 중 3명은 K목사의 사례처럼 이중직, 즉 ‘투잡(two job)’에 대해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차세대 한국교회를 책임지는 20∼30대 목회자들의 이중직에 대한 찬성률이 평균 85%에 달해 경제적 요인에 따른 목회직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회 수에 비해 신학교 졸업생들의 수가 크게 웃도는 상황에서 개척교회 사역에 대한 부담감, 열악한 재정문제까지 가중되면서 이같은 인식 변화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1일 기독교월간잡지 ‘목회와신학’이 창립 25주년을 맞아 현직 목회자 9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목회자 이중직에 대한 의식 및 실태조사’ 결과, ‘경제적 이유로 인한 목회자 이중직’에 대해 찬성(적극 찬성 포함)이 73.9%로 나타났다. 반대(적극 반대 포함)는 26.1%였다.
젊은 목회자일수록 찬성률이 높았다. 연령대별 찬성률은 20대가 92.3%, 30대 77.6%, 50대 69.4%, 60대 60% 였다. 또 사례비가 적을수록 이중직을 갖는 목회자가 많았다. 80만원 미만인 경우, 이중직 참여 비율은 62.7%였다. 80만∼120만원은 40.2%, 120만∼180만원은 27%였다.
이에 대해 조성돈 실천신학대 교수는 “한국교회 목회자들은 정부가 정한 최저생계비 수준만 되더라도 어느정도 목회에 전념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이중직 목회자들) 대다수는 풍족한 생활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이중직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최저생계비는 4인 가족 기준 163만820원이다.
현재 이중직을 갖고있는 ‘투잡’ 목회자들의 일자리는 신학교 교수 및 학원 강사 등 교육 분야가 31.6%로 가장 많았다. 이어 아르바이트(일용직 포함) 19.5%, 사회복지 분야 9.0% 등의 순이었다.
‘투잡’ 목회자들이 겪는 가장 큰 애로 사항은 ‘목회사역 시간이 부족하다(48.6%)’ 였다. 이어 ‘목회자로서 정체성 혼란을 느낀다(14.1%)’, ‘교인들이 좋아하지 않는다(9.9%)’였다. ‘별다른 애로사항이 없다’는 응답은 27.4%였다.
조 교수는 설문 결과와 관련, “목회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교회 전반에 목회에 대한 폭넓은 시각이 필요하다”면서 “교단 차원에서는 목회자에 대한 최저생계비 보장 같은 지원 방안을 비롯해 목회자 생계를 도울 수 있는 이중직 허용 등 실질적인 고민이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