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홈쇼핑 직원들의 甲질… 납품업체 상대 황금시간대 편성 미끼
입력 2014-04-02 03:43
검찰이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홈쇼핑의 횡령 및 납품비리 혐의를 포착하고 전·현직 임직원들을 무더기 구속했다. 검찰은 횡령자금 일부가 회사 최고위급까지 상납된 정황을 포착하고 용처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서영민)는 인테리어 공사대금 과다계상 방법으로 회삿돈 수억여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로 롯데홈쇼핑 임원인 김모(50) 고객지원부문장과 이모(50) 방송본부장을 구속했다고 1일 밝혔다. 이들은 2008년 3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인테리어 공사업체 한 곳에 가짜 세금계산서를 발급해주고 웃돈을 얹어 공사비를 지급한 뒤 이를 돌려받는 방법으로 6억5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다. 검찰은 지난 주말 김씨 등을 체포해 조사를 벌이다 전날 구속했다.
검찰은 또 2008년 12월∼2012년 10월 납품업체 5곳으로부터 방송출연 횟수나 황금시간대 편성 등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9억여원을 챙긴 혐의(배임수재)로 롯데홈쇼핑 이모(47) 전 생활부문장을 지난 27일 구속했다. 전직 MD(merchandiser·구매담당자)인 정모(44)씨도 2007∼2010년 납품업체 1곳에서 같은 내용의 청탁을 받고 현금과 그랜저 승용차 등 2억7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MD는 상품 기획·개시나 방송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등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검찰은 신모 전 롯데홈쇼핑 사장이 임원들이 챙긴 뒷돈의 일부를 상납 받은 정황을 파악하고 계좌추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본부장 계좌에서 신 전 사장 계좌로 자금이 흘러간 흔적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전 사장은 임원들의 횡령·리베이트가 이뤄진 2008년부터 롯데홈쇼핑 대표로 재직하다 2012년 롯데쇼핑(롯데백화점) 사장으로 옮겼다. 검찰은 임원급 인사 여러 명이 연루된 만큼 롯데홈쇼핑이 조직적 납품비리를 저지른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납품업체에 대한 수사는 어느 정도 마무리됐고 횡령금액의 용처 등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롯데홈쇼핑 전·현직 임원이 납품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은 정황을 포착하고 지난 17일 홈쇼핑 납품업체 7곳과 대표 자택 등 15곳을 압수수색했다.
홈쇼핑에 납품하는 업체 대부분이 중소기업이나 신생 회사여서 방송 편성 여부가 업체 매출과 직결되는 만큼 홈쇼핑업체는 중소업체의 ‘슈퍼 갑’으로 인식되고 있다. 검찰은 2012년 12월에도 홈쇼핑 납품비리로 국내 4개 홈쇼핑업체 관계자 7명과 납품업체 대표 17명을 기소한 바 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