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지원책 백약이 무효… 추가로 규제 풀어라” 목청
입력 2014-04-02 02:13
침체된 증권업을 살리기 위해 금융당국이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약발’이 듣지 않는다. 증권업계는 물론 증권업계를 평가하는 신용평가사까지 장기적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쏟아내고 있다.
NICE신용평가 이수민 수석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금융당국이 (증권업에 대해) 각종 지원책과 규제변화를 제시하고 있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지난해 8월 29일부터 대형 증권사에 투자은행(IB) 업무를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 그동안 상장, 회사채 발행, M&A 등을 할 때만 증권사가 자문사를 맡아 돈을 빌려주던 일을 직접 신용공여도 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IB업무가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선 제도적 장치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현행 NCR(영업용순자본비율) 규정상 IB업무로 대출채권이 나가게 되면 NCR에서 100% 차감된다. NICE 신용평가는 5개 증권사가 적정 NCR을 유지하면서 IB업무에 투자하기 위해선 현재 가능한 신용공여 한도의 절반 정도밖에 못쓸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상황에 박종수 금융투자협회장은 지난달 6일 기자간담회에서 “건전성 지표보다는 관리가 중요하다”며 “NCR제도 폐지까지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발표한 단기자금시장 개편안은 금융소비자 보호를 외치다 업계를 고사시키는 정책으로 평가된다. 2015년부터 원칙적으로 콜시장 참여를 은행으로 제한하면서 증권사가 배제된 탓이다. 이에 따라 콜머니를 통해 자금을 대던 증권사는 기업어음(CP)과 환매조건부채권(RP) 등으로 대체해야 한다. 현재 규제대상 증권사의 외부차입 부채 중 콜머니 비중은 34%에 달한다.
가장 최근 내놓은 증권사 M&A 촉진방안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정부는 M&A를 추진하는 증권사에 대해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지정 요건을 완화해주고, 개인연금신탁업을 허용해주는 등의 떡고물을 던져줬다. 또 현대증권, IM투자증권, 이트레이드증권 등이 매각 진행 중에 있음에도 업계는 콧방귀만 뀌고 있다.
시중 증권사 관계자는 1일 “5년 전에 증권업 인가를 풀어 줘 증권사를 양산시키더니 이제 와서 합치란다고 되겠느냐”며 “NCR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등의 파격 조치가 없으면 약발이 듣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