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증권사 절반 줄어야 수익 날 것”… 칼바람 예고

입력 2014-04-02 03:15


삼성증권이 조만간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등의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1위인 삼성증권이 지난해 계열사 전환배치를 통한 사실상의 구조조정에 이어 2차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셈이다. 끝을 모르고 침체되는 증권업계 불황의 우울한 단면이다.

◇결국 못 비켜간 추가 감축=삼성증권 내부 관계자는 1일 “(희망퇴직) 신청자격, 규모, 시기 등을 놓고 조율 중”이라면서 “늦어도 상반기 중에는 작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이미 100여명의 직원을 그룹 계열사에 전환배치하고 지점 15개를 통폐합하는 사실상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삼성증권이 희망퇴직을 실시한다면 2011년 이후 3년 만이다.

희망퇴직을 통한 구조조정은 지난해 이뤄진 전환배치와 달리 회사가 갖는 부담이 크다. 전환배치는 직원들의 호응 속에 무난히 처리됐지만, 희망퇴직은 전체 업계가 불황인 상황에서 신청자가 얼마나 있을지도 미지수다. 퇴직금을 비롯한 추가적 비용도 수반된다. 당장에는 인건비를 줄이는 효과도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증권이 결국 이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은 그만큼 업황과 실적이 나쁘다는 방증이다. 지난해 삼성증권의 당기순이익은 110억여원으로 1년 전에 비해 93.26%나 급감했다. 부진이 계속되면서 지난해 3월만 해도 5만5000원 안팎을 오가던 삼성증권 주가는 지난 31일 기준 3만9050원까지 주저앉은 상태다. 올 초부터 삼성증권이 추가적인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이라는 예측이 계속된 것도 이 때문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올해에도 추세적인 업황 개선 기미가 나타나지 않는다”면서 삼성증권의 올해 실적 전망치와 목표주가를 모두 하향 조정했다.

◇증권업 계속되는 구조조정, 언제까지=문제는 이 같은 부진이 삼성증권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62개 증권사들은 지난해 109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2002회계연도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본 것이다. 국내 19개, 외국계 9개 등 28개 증권사가 적자를 기록했다.

이런 부진 속에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체 증권사 임직원은 4만243명으로 1년 전보다 2633명 줄어들었다. 지난해에는 주로 중소형사들을 중심으로 인원 감축이 이뤄졌지만 올해는 삼성증권을 시작으로 대형사들도 비켜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합병이나 매각 등을 앞두고 있는 우리투자증권과 현대증권 등이 대표적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현재 증권사가 지금의 절반 가까이 줄어야 수익이 나올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에서 인력 구조조정은 새삼스러운 애기도 아니다”면서 “다만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조차 보이지 않다 보니 아무도 의욕을 갖지 못하는 악순환이 되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