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억 선생 애국정신 계승 ‘한서선교회’ 만든다

입력 2014-04-02 02:47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에 앞장섰던 한서(翰西) 남궁억(1863∼1939·사진)의 기독교 신앙과 애국정신을 기리는 한서선교회가 오는 5월 출범한다.

한서선교회는 한서가 생전에 복음을 받아들인 서울 종교교회(최이우 목사) 교인들을 중심으로 다른 교회 성도 및 비신자 등 모두 100여명으로 꾸려질 예정이다. 선교회는 올해 한서의 소천 75주기를 맞아 그의 기독교 신앙과 사상, 독립운동 활동 등을 연구할 수 있도록 강원대학 측과 협의하고 후원금을 모으기로 했다. 또 한서가 강원도 홍천의 보리울에 교회와 학교를 세운 지 100주년이 되는 2018년에 그와 관련한 문화행사를 열 계획이다.

신현포 종교교회 원로장로는 1일 “2010년 2월 몇몇 교인들이 한서의 신앙과 활동을 알리는 데 뜻을 모으고 기도 모임을 시작했다”며 “기독교사뿐 아니라 근대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인데 잊혀져가는 것 같아 한서선교회 창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서는 서재필 이상재 등과 함께 독립협회에서 자주독립 운동을 했다. 황성신문의 초대 사장과 대한협회 회장, 관동학회 회장 등을 지내며 애국계몽운동을 폈다. 1910년 종교교회에서 세례를 받았으며 2년 뒤 상동청년학원 원장이 돼 애국사상을 전파했고 한글서체를 만들어 보급하기도 했다. 1918년 건강이 악화돼 강원도 홍천에서 지내며 모곡학교를 설립, 학교 안에 무궁화 묘포를 만들어 전국에 보급하는 데 힘썼다. 찬송가 ‘삼천리 반도 금수강산’의 노랫말을 짓기도 했다.

한서는 1932년 3월 감리교인들을 중심으로 항일운동 비밀결사인 십자가당을 조직해 활동하다 일본 경찰에 붙잡혀 옥고를 치렀다. 1977년 건국훈장 독립장에 추서됐다. 이덕주 감리교신학대 교수는 “양반 출신인 한서가 당시 낮다고 여겨지던 사람들과 함께 독립운동과 애국계몽운동에 나설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기독교 신앙”이라며 “한서는 섬김과 소통이라는 기독교적 리더십을 통해 민중들과 함께 숨쉬며 민족혼을 전파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