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황태자를 맞으라”… 조선의 정재 무대에 국립국악원, 4월 3~4일 조선시대 궁중무용 선봬

입력 2014-04-02 03:20


1930년 7월 서울 창덕궁. 처연한 분위기 속에 ‘정재(呈才)’가 열렸다. 정재란 나라에 속한 재인들이 춤과 노래 등 다양한 연희를 왕 앞에서 펼쳐 보이는 종합 예술이다. 이날 정재는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태자 영친왕이 일본에 머물다 잠시 고국에 돌아온 것을 기념해 열린 행사로, 일제 치하에서 사실상 폐지됐던 정재를 개최한 것이었다. 이는 조선 왕조의 마지막 정재로 기록됐다.

그로부터 1년 뒤, 일제는 정재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 위해 행사를 재연하고 이를 촬영했다. 당시 조선총독부는 조선 왕조의 궁중 문화인 아악을 폐지하려했으나 역설적이게도 일본 궁내성 소속 아악전습소 강사 다나베 히사오 등 아악의 예술적 가치를 알아본 일본의 예술인들이 보존을 건의함으로써 영상기록이 남게 된 것이다.

일본인 소장자의 집에서 세월의 때를 입고 있던 필름이 빛을 본 것은 소장자가 세상을 떠난 뒤다. 그의 자손들이 집안을 정리하던 중 이 필름을 발견했고 이것이 한국과 연관됐음을 알고 1979년 주일 한국문화원에 기증한 것이다. ‘이왕가 고전 조선무악’이란 제목이 적힌 35㎜ 필름은 세 개의 릴 테이프로 구성됐다.

문화원은 81년 한국에서 열린 세계민속음악학회에서 이 필름의 내용을 공개했다. 악사들의 연주 장면과 ‘봉래의’ ‘보상무’ ‘무고’ ‘처용무’ 등이 담겨 있었다. 이중 ‘봉래의’는 조선 창업을 찬양하고 국운의 번영을 기구하는 내용의 춤이라는 점에서 조선의 궁중무용으로서의 의미가 크다. 무동이 추는 정재는 평균 10세 안팎의 어린 남자 아이들이 추던 춤인데, 일제가 아악부를 폐지하면서 무동을 키우지 않는 바람에 당시 20대가 된 아악부원양성소 출신의 김천흥, 성경린 등 청년들이 추는 춤까지 오롯이 기록됐다.

이런 역사적 사실을 관련 영상과 이야기로 엮은 새로운 무용극이 3∼4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펼쳐진다. 한명옥 국립국악원 무용단 예술감독의 연출로, ‘마지막 황태자, 조선의 꿈을 보다’는 제목의 무대다. 한 인물이 1930년 영친왕 환국환영회를 회상하는 형식으로, 일본이 남긴 기록 영상부터 당대인들의 증언, 회고록, 사진 등 관련 자료들을 총동원했다.

여기에 국악원 무용단원들이 통일신라 당시 처용설화에서 비롯된 남성들의 춤인 처용무, 조선 세종 이후 가악으로 전승되다 성종 때 무용으로 정립된 봉래의 등 5가지 춤을 당시 스타일을 살려 보여 준다. 국악원 관계자는 1일 “흔히 접할 수 없었던 조선의 정재를 역사적인 사실과 더불어 새롭게 만나볼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