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자립교회라 성도에게 부담줄 수 없어서…” 목회자 ‘투잡’ 실태

입력 2014-04-01 18:04 수정 2014-04-02 02:35

“다른 일을 안하면 안될 만큼 절박한 처지를 이해해 주시면 안될까요?”

생계를 위해 ‘투잡’을 가진 목회자들의 공통된 호소다. 침례교를 제외한 상당수 국내 교단들이 목회자 이중직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투잡’ 목회자들은 노출을 꺼렸다. 1일 본보취재 결과, 이중직 목회자들의 직업(?)은 택시기사, 보험판매원, 학원강사 등 다양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M교회를 시무하는 L목사(53)는 2년전부터 택시를 몬다. 교회에 부임한지 17년동안 제대로 사례비를 받지 못했다. 운전대를 잡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7년 전 교회 건축을 위한 대출금 때문이다. 그는 “매월 400만원 넘는 대출금에 대학생 자녀가 셋이나 되어서 내가 벌지 않고는 도무지 해결방안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교단 총회에서 매월 20만원씩 ‘최저생계비’ 명목으로 지원해주고 있지만 그다지 도움은 되지 않았다.

그는 택시운전을 한지 6개월쯤 지나 설교 강단에서 성도들에게 털어놨다. 대부분은 담임 목사의 형편을 이해했지만 50여 성도 가운데 대여섯명은 “목사는 설교와 심방, 기도가 전부인데…”라며 교회를 떠났다.

‘투잡’은 목회를 전념하는데 분명 걸림돌이 된다고 L목사는 말했다. 토요 야간근무의 경우, 토요일 오후 5시부터 주일 새벽 5시까지 일해야 한다. 하지만 사납금(13만7000원)만 채우고 서둘러 퇴근해 눈을 좀 부친 뒤 설교 준비를 해 강단에 서야 한다. 그는 “작은교회 목회자들의 현실 아니겠느냐”면서 “하지만 목회철학과 능력이 부족해서 이중직을 갖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에 마음이 좀 아프다”고 씁쓸해했다.

부산의 한 교회에서 사역 중인 K(32) 전도사는 지난해부터 보험판매일을 하고 있다. 2년 전 자신을 지원해 주던 아버지가 소천한 뒤 가세가 기울면서 고민 끝에 결정한 일이다. 그는 “전임전도사 사례비로 한 달에 150만원 정도 받는데 이 돈으로 할머니와 어머니, 동생까지 생활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성도들의 귀에 들어갈까봐 걱정이 되지만 생계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례적이지만 교회 구성원들이 담임목사의 이중직에 권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 강북의 W교회 K(48) 목사는 평일에는 북한관련 선교기관에서 간사로 일하고 있다. 성도들이 사례비를 충분히 줄 형편이 안된다며 목회자에게 다른 일을 함께 하라고 권한 것이다. K 목사는 “처음에는 당혹스럽기도 했지만 교회 사정이 사정이니만큼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박재찬 이사야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