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설 목사의 시편] 디지털 시대의 오류

입력 2014-04-02 02:26


“디지털 시대잖아요!” 그러나 디지털(Digital)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금 여러 사회현상들이 디지털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을 잘 모른다. 먼저 디지털의 어원을 살펴보자. 디지털의 유래가 된 ‘디지트(digit)’는 사람의 손가락이나 동물의 발가락을 의미하는 단어다. 따라서 디지털은 손과 발로 일을 처리하는 기능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현대사회에서는 컴퓨터를 이용한 정보전달 방식으로 디지털을 이용한다. 디지털의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시계를 예로 들어보자. 디지털 시계는 시분초침으로 연속적인 시간을 나타내지 않고 숫자로 표시한다. 디지털 방식은 분명하고, 정확한 시간을 나타낼 수 있다. 이처럼 디지털은 모든 정보를 명확하고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디지털이 편리하고 효율적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디지털 문화현상은 아름다움과 과정(process)이 생략된 채 너무 목적 지향적이다. 그래서 요즘 사람들의 일과 사고(思考)에는 아름다움과 낭만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노동요를 부르며 협동심을 불러일으켰던 이 땅의 소리들이 사라진지 오래다. 지금 디지털 현상이 우리들의 삶을 감시하고 통제하면서 자유를 빼앗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가. 편리함 속에서 느끼는 우리시대의 오류라 생각된다.

현대 과학자들은 감정을 가진 로봇인간을 만들려고 많은 연구를 하고 있다. 그러나 로봇인간은 감정과 융통성이 없으며, 어떤 상황과 형편도 고려하지 못한다. 이러한 디지털의 비인간적인 사고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아날로그(Analog)에 있다고 본다. 아날로그 방식은 물리량의 변화로 정보를 전달하기에 늦고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아날로그의 세계에는 아름다움과 낭만이 있고, 인간적인 면이 존재한다.

시계는 정확한 시간을 알려주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아날로그 방식으로 만든 시계는 시간만 알려주지 않는다. 시분초침의 모양을 다양하게 만들어 아름다움과 의미를 나타낼 수 있다. 아날로그적 사고는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 아니다. 여기에는 오히려 다양성과 자유로움이 있다. 물론 아날로그 시계는 정확하지 않을 수 있지만 시간의 작은 편차 때문에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

지금 우리는 관계가 단절되고 감정을 잃어버린 인간을 양산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빠르고 편리한 것은 장점이지만 변하지 않는 가치와 깊이가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목적보다 과정을, 빠른 것보다 아름다움과 의미를 추구해야 한다. 그리고 인간의 지혜와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 즉 신비가 존재해야 한다. 아름다움과 낭만은 신비로움이 있어야 생기는 아날로그적 사고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디지털 시대의 오류를 극복하는 길은 아날로그적 사고에 있다는 주장을 가능하게 하는 이유이다.

<여주 중앙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