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고 싶다면 하나님부터 찾아라”
입력 2014-04-02 02:25
하나님의 눈으로 나를 찾다/데이비드 스완슨 지음, 유정희 옮김/생명의말씀사
‘자아 발견’이란 말은 교회 안팎에서 익숙한 용어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자아를 발견하고 확고한 정체성을 갖기를 원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우리는 겨우 이름 석자만 알 뿐, 어디에서 와서 무엇 때문에 살며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확신 없이 여전히 나를 찾아 떠난다. 이 책은 그런 여행자들에게 도움을 준다.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의 목적과 방향, 내가 누구인지를 깨닫게 한다.
이미 답은 책 제목에 나와 있다. 미국 올랜도 제일장로교회를 담임하면서 가정, 결혼생활에 관한 집회 등을 인도하는 저자는 서문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것은 점점 더 커지는 영적 갈망을 표현하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우리는 모든 고통과 고난, 괴로움, 불의가 우리의 삶의 끝이 될 수 없다는 걸 안다. 분명 우리 앞에 있는 공허보다 더 중요한 우리의 존재 목적이 있다. 뿐만 아니라 당신을 만드신 하나님을 알게 될 때까지는 결코 당신 자신을 발견하지 못할 것이며, 당신의 진정한 정체성을 가지고 살지 못할 것이다. 하나님을 알면 당신을 알게 된다. 하나님을 모르면 당신도 모른다.”(11쪽) 하나님을 떠나 해답을 찾으려 하지 말라는 것이다. 하나님이 없는 그 모든 노력과 해답은 그저 듣기 좋은 허울이며 허상에 불과함을 지적한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자. 왜 하나님을 알아야 하는지를. 우리는 하나님께 지음 받았다. 그러니 내가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또 다른 이들에겐 없는 재능이나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면, 가장 확실한 방법은 창조주를 찾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자꾸 움츠러들고 숨으려 한다. 그건 인간의 본성이다. 두렵기 때문에 그렇다. “하나님의 자녀, 그리스도의 제자, 하나님의 도구와 그릇이 되자. 그것이 어떤 의미일지 감이 오지 않고 두려울지 모르지만, 그것이 우리에게 가장 가치 있고 기쁘고 만족스러운 삶이다. 나는 더 이상 노예로 사는 걸 원치 않는다. 당신이 몸을 숨긴 곳에서 나오라. 하나님은 은혜로 당신을 찾고 계신다. 그의 사랑이 삶에 스며들기 바란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당신의 모습이다.”(64쪽)
하나님은 결코 우리를 고립되게 두진 않으신다. 그래서 공동체로 부르신다.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한다. 우리로 하여금 서로 관계 속에서 살라고 하신다. 그 관계들이 하나님께 기초를 두고 있다면, 우리와 하나님의 관계가 영원히 완성될 때까지 우리 삶을 지탱해주는 힘이 된다. 그런 측면에서 교회는 하나님의 가족이 모이는 세상의 공동체다. “당신의 정체성은 관계적 존재이다. 낙심하지 마라. 일어나라. 주위를 둘러보라. 예수님과의 관계에 마음을 열라. 교회와 연합하라. 그러면 당신의 공허한 날들이 끝날 것이다.”(89쪽)
그럼에도 우리는 나약한지라 세상의 인정과 가치에 연연한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계속 신경을 쓴다. 내 안에 주님이 아닌 다른 우상을 만들고 경쟁하려 든다. 그리스도인의 자아상마저도 긍정의 힘에서 찾으려 애쓴다. 이렇게 갈팡질팡하는 신앙인들에게 C. S. 루이스의 조언은 귀담아들을 만하다.
“당신 자신을 버리면 당신의 진정한 자아를 발견할 것이다. 당신의 목숨을 버리면 목숨을 구할 것이다. 죽음에 굴복하라. 매일매일 당신의 야망과 가장 좋아하고 바라는 것들의 죽음에 굴복하고, 마침내 당신의 온몸의 죽음에 굴복하라. 온몸과 맘으로 굴복하면 영생을 발견할 것이다. 아무것도 감추지 말라. 당신이 내놓지 않으면 아무것도 진정 당신의 것이 되지 않을 것이다. 당신 안에서 죽지 않은 것은 부활하지 못할 것이다. 당신 자신을 바라보면 결국 미움과 외로움, 절망, 분노, 파멸, 부패만 발견할 것이다.”(248쪽)
나를 버릴 때 진정 내가 누구인지를 알게 된다. 와서 죽어야만, 그것이 생명을 얻는 길이다. 기독교를 왜 ‘역설의 진리’라고 하는지, 신앙생활 속에서 실천해볼 것을 권한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