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인생 짧으니 연애하라고? 불륜조장 사이트 국내 상륙 논란

입력 2014-04-02 02:44


[친절한 쿡기자] ‘인생은 짧다, 연애하라.’ 이 말이 싱글 남녀가 아닌 기혼자에게 던지는 메시지라면 믿기시나요. 글로벌 기혼자 만남 알선 업체가 지난 18일 한국어로 서비스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하면서 국내 시장진출을 선언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기혼자끼리 혹은 기혼자와 싱글의 만남을 ‘몰래’ 주선하는 이 업체는 2001년 캐나다를 시작으로 이미 35개국에 진출해 회원이 2400만명이나 됩니다. ‘불륜을 알선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을 전 세계에 뿌렸지만 1년 매출액이 1억2500만 달러(약 1327억원)에 달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이 업체는 일본 대만 홍콩 등 유교문화권 국가들에서도 이미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진출할 때마다 해당 국가에선 난리가 났습니다. 특히 2012년 일본에서는 사이트 개설 3개월 만에 50만 회원을 돌파해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했죠. 이번엔 한국 차례입니다.

창업자이자 CEO는 일본에서처럼 한국에서도 크게 성공할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그는 “한국어 사이트를 열지도 않았는데 접속한 한국인이 12만명에 이른다”며 “기혼자의 70%에 달하는 한국의 외도율을 보고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노골적으로 말했습니다. 또 “불륜을 단골 소재로 삼는 한국의 ‘막장 드라마’에 집중적으로 광고해 회원을 확보하겠다”는 ‘포부’까지 밝혔습니다.

가입은 무료라기에 접속해봤습니다. 벌써부터 많은 사람들이 ‘성행위’에 초점을 맞춘 신상 정보를 올린 후 불륜상대를 찾고 있더군요. 남녀 모두 눈을 가린 얼굴이나 신체 일부 사진을 소개란에 올리며 ‘일탈’을 기다리는 모습이 충격적이었습니다.

이렇게 대놓고 불륜을 조장하는 사이트인데 법적 문제는 없을까요? 먼저 업체에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오프라인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우리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한국에선 문자나 카카오톡 메시지가 단서가 돼 불륜이 들통 나고 간통죄로 처벌받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해도 “모든 서비스가 익명으로 제공되고 무엇보다 서버가 해외에 있어 처벌될 위험이 없다”고 합니다. “유해사이트로 지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더니 “불륜을 조장한다며 제재한다면 바람을 피우는 장소를 제공하는 호텔들도 모두 문을 닫아야 한다”는 논리를 폅니다.

실제로 법적 문제가 없는지 허윤 변호사에게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간통 책임을 묻긴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제재할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랍니다.

허 변호사는 “사이트를 살펴보니 정보통신망법 제44조에서 금지하고 있는 ‘음란한 부호, 문언, 음향, 화상 등을 공공연하게 전시하는 행위’와 ‘범죄를 목적으로 하거나 교사 또는 방조하는 내용의 정보’에 해당한다”며 “간통도 아직까진 범죄인만큼 제재가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나서면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올렸다고 하더라도 음란성 사진과 정보를 삭제토록 조치할 수 있다는 해석이었습니다. 물론 방통위가 유해매체로 지정해 IP차단 명령을 내리는 방법도 있습니다.

창업자는 “현대인들은 숨통을 틔워줘야 오히려 가정에 더 충실할 수 있다”라는 궤변을 펼치며 불륜을 권장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에 걸맞게 무언가를 갈구하는 이성에게 쪽지를 보내는 비용은 2500원에 불과합니다. 그릇된 호기심을 자극한 후 접근성을 높인 이 사이트의 진짜 목적은 무엇일까요.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