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위해 온갖 고초 겪은 ‘하늘의 군사’

입력 2014-04-02 02:13


하나님의 비밀요원/봅 푸 지음(낸시 프렌치 공저), 이용복 옮김/규장

영화 ‘신이 보낸 사람’을 안타깝게 지켜본 그리스도인들은 한결같이 “북한과 지하교회 성도들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다짐한다. 또 나태한 신앙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음을 고백한다. 사실 땅 끝까지 복음을 전하려면 나를 버리고 나누면서 조금은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참 편하게 신앙생활을 한다. 이 책은 그런 마음에 ‘거룩한 부담’을 안겨준다.

북한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는 지금도 기독교를 핍박하고 있다. 많은 지하교회 성도들이 목숨을 잃으면서까지 믿음을 지키고 있다. 책은 복음을 잔혹하게 짓밟는 그곳에서 ‘진짜 그리스도인’으로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하늘의 군사’들을 이야기한다. 이들을 위해 중보할 것을 권하는 다소 묵직함도 엿보인다. 책의 첫 장을 넘기기 전 권하고 싶다. 그냥 이대로 편한 길을 택할 것인가. 핍박받는 그리스도인과 조금은 불편한 길을 함께 걸을 것인가.

저자 봅 푸는 낮에는 중국 공산당 학교의 영어교사로, 밤에는 중국 정부가 불법으로 규정한 지하 가정교회연합의 지도자로 특별한 이중생활을 했다. 그는 함께하는 진짜 신앙인들에게 “우리 자신을 비밀요원이라고 생각하자”(173쪽)고 말했을 정도. 그 땅에서 믿음을 지키는 게 얼마나 힘든지를 보여준다.

저자는 1968년 7월 12일 장애인 아버지와 병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다. 가난과 희망 없는 삶의 연속, 그는 교육을 통한 신분 상승을 꿈꾸며 지방의 한 대학에 진학한다. 89년, 민주화를 요구하는 대학생들이 베이징의 천안문(天安門) 광장에 집결할 때 그도 있었다. 학생회 임원으로 시위를 이끌었던 그는 몇 달간 감시 속에서 자술서를 써야 했다. “나는 중국 인민의 적입니다.” 강압적으로 반혁명분자가 된 그의 삶은 절망뿐이었다. 그를 일으킨 건 친구로부터 건네받은 소책자의 한 말씀. “시 쯔즈에 관한 책자에 나오는 ‘아름다운 문장’들 중 하나가 생각났다. ‘그런즉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 것이 되었도다.’(고후 5:17) 여러 해 전에 내가 기도했던 ‘하늘의 할아버지’가 바로 새로운 피조물을 만드신 분이셨다.”(129쪽)

예수님을 영접한 후 새로운 무대가 펼쳐진다. 대학원생이 되고 캠퍼스 선교에 매진한다. 베이징의 삼자애국교회를 다녔으나 이내 한계를 발견하고 지하 가정교회 성도가 된다. 그때부터 그의 이중적인 비밀요원의 삶은 시작된다. 하지만 이내 사역은 탄로 나고 아내 하이디와 함께 붙잡혀 투옥된다. 비로소 ‘감옥신학’의 고초를 겪는다. “중국에서 충성스럽게 주님을 따르며 그분의 일을 하려면 ‘감옥신학’을 배워야 합니다. 하나님과 그분의 성실하심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곳이 바로 감옥입니다. 감옥에서 그분은 중국의 그분의 교회를 준비시키십니다.”(180쪽)

출소 후 직장에서 쫓겨나고 사회활동을 방해하는 중국 정부의 핍박은 계속 이어진다. 급기야 임신한 아내는 낙태의 위기에 직면하고, 결국 신앙의 자유를 찾아 탈출을 감행한다. 그 과정은 한마디로 기적의 연속이다. 특히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되기 하루 전,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 순간은 너무나 극적이다.

“홍콩공항으로 간 우리는 여객기에 오르기 위해 특별히 뒷문을 통해 들어갔다. 중국의 경찰청 요원에게 붙잡히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날은 홍콩의 주권이 중국으로 넘어가기 하루 전 날이었다. 하나님이 인도하신 타이밍이 지극히 절묘했다. 결국 우리는 자유를 얻었다.”(277쪽)

현재 그는 아내, 세 명의 자녀들과 함께 미국 텍사스 미들랜드에서 살고 있다. 중국의 인권 탄압과 종교적 핍박을 전 세계에 알리고 지하교회를 후원하는 차이나에이드 대표로 활동 중이다. 저자는 가짜가 아닌 진짜 신앙인으로 살기 위해 많은 대가를 치렀다. ‘그리스도 없는 기독교’라는 소리를 많이 듣는 요즘, 진짜 믿음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고난주간을 앞두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