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3∼4월 가장 많은데… 댁의 자녀는 괜찮습니까?

입력 2014-04-02 03:18


“경쟁·승리 강조하는 부모가 가해자 만들어”

새 학기가 시작된 지 한 달 남짓 됐다. 이맘때쯤 되면 부모들은 자녀가 학교에 적응했을 것으로 여겨 조금은 느긋해진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다를 수 있다. 한신대 산학협력단이 경기도에서 2007년 3월∼2013년 6월 발생한 학교폭력 1만64건을 분석해 최근 발표한 자료를 보면 학교폭력이 가장 많은 달은 3월(15.3%·1538건), 4월(14.5%·1459건)이다. 바로 지금 자녀가 학교폭력에 시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자녀들이 학교폭력의 피해자이거나 가해자일 때 부모들은 어떻게 하면 될까?

학교 내 폭력을 연구하는 교사 단체인 ‘따돌림사회연구모임(따사모)’ 회원들에게 지난 28일 학교폭력 대처요령을 물었다. 이날 이들은 서울 마포구 양화로8길 출판사 양철북에서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이 궁금해 하는 학교폭력에 대한 답을 담아 최근 출간한 ‘이 선생의 학교폭력 상담실’(양철북) 출판 평가회를 가졌다. 따사모는 학교가 밑바닥부터 허물어지는 이유가 폭력문제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보고, 2001년부터 학교와 학급을 평화롭게 만드는 평화운동을 펼치고 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폭력을 당해도 부모에게 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데 어떨 때 의심해봐야 할까요?

△김경욱(서울 단대부고)=물건을 자꾸 잃어버리거나 사소한 이유를 대면서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할 때, 얼굴에 멍이 드는 등 폭력의 흔적이 있을 때입니다. 이럴 때 아이를 탓하거나 무심코 지나가면 아이는 절망하고 좌절해 마음의 문을 더 굳게 닫을 수 있습니다.

-부모에게는 모든 것을 털어놓을 수 있지 않나요?

△백서윤(인천 예일고)=아이들은 부모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보이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또 부모님이 상처받을 것을 염려하기도 합니다. 평소에 힘센 아이들이 괴롭히면 맞을 수밖에 없고, 부모들도 학창시절 힘센 아이에게 맞은 적이 있다고 얘기해주세요. 그러면 아이가 괴롭힘을 당할 때 털어놓기가 쉽습니다.

△이경재(경기 고양 정발중)=아이가 맞고 들어와서도 말을 못하는 것이 어쩌면 집안 분위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집에서 혹시 자녀의 의견을 무시하거나 형제들 사이에서 따돌림은 없는지 냉정하게 되돌아봐야 합니다.

-폭력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 이후에는 어떻게 하면 될까요?

△임정근(서울 한양공고)=어떤 부모들은 “병신처럼 맞고 다니느냐”고 화를 내기도 하는데 절대 그러시면 안 됩니다. 그러면 아이의 충격은 배가 됩니다. “맞은 사람은 잘못이 없다”고 얘기하고, 아이 마음을 따뜻하게 받아 주세요. 세상에서 상처받고 오더라도 집은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곳임을 보여 주어야 합니다. 조급한 마음에 “이럴 땐 이렇게 대처하라”고 성급하게 주문해선 안 됩니다. 아이의 마음을 안정시키지 않은 채 대처방법만 얘기하면 아이는 부모님마저 나를 못난 놈이라고 생각한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이혜미(경기 김포 운유초)=아이를 위로한 다음에는 꼭 해야 할 것을 알려 주세요. 누가 부당하게 자신을 때리거나 위협할 때 “멈춰” “때리지 마” “자꾸 하면 나도 때릴 거야” 등 짧지만 단호하게 표현하도록 가르치세요. 그리고 “선생님께 말씀 드릴거야” “경찰에 신고 하겠어”라고 말하게 하고, 실제로 행동에 옮겨야 된다고 일러 주세요. 담임교사와도 상담하세요. 속상하시겠지만 “선생님이 뭐하셨느냐”며 교사를 공격해 적으로 돌리지 말고 협조자로 만들어야 합니다.

-전학이나 유학 등이 해결방법이 될 수 있을까요?

△이경재=아이의 환경을 바꿔 주는 것이 효과가 있을 때도 있지만 회피인지 적극적인 선택인지 판단해봐야 합니다. 가장 좋은 것은 문제가 생긴 지금, 그 자리에서 해결하는 것입니다. 다른 학교, 외국의 학교에서도 폭력은 있습니다. 학교폭력 피해자를 위한 캠프에서도 따돌림이 발생할 정도입니다.

-자녀가 가해자인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 부모들은 나쁜 친구 탓을 하는데요.

△백서윤=물론 친구 때문일 수 있습니다. 그 친구에게 위안을 받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힘을 행사함으로써 성취감을 느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자녀의 정체성 문제와 부모 자식 사이의 소통문제부터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의 고민에 대해 공감하지 못했고, 아이와 소통하지 못했기 때문에 아이가 자신의 존재를 다른 방식으로 확인하려는 통로를 찾은 것으로 봐야 합니다.

△임정근=특히 부모가 경쟁하고 이기고 강해지는 삶을 살도록 부추기지 않았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랬다면 부모가 태도를 바꿔야 합니다. 그리고 힘을 앞세워 성취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아이를 설득하십시오. ‘어린 왕자’ ‘진정한 우정’ 등 우정과 관계 맺기를 다룬 책을 자녀와 함께 읽으면서 올바른 우정관을 심어 주는 것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정부도 나서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심해지고 있습니다.

△김경욱=다양한 조치들이 있었지만 가해자에 대한 처벌 강화 등 주로 사후 처리 중심입니다. 모든 것이 그렇듯 학교폭력도 예방이 중요합니다. 그 예방은 아이들에게 우정과 화합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또 폭력이 일어났을 때 진정한 해결은 관계의 회복이어야 합니다. 가해자가 반성하고 피해자와 가해자가 화해해야 합니다. 가해자 처벌로 끝나선 안 됩니다. 지금은 경찰, 학교폭력 SOS 지원단 같은 외부기관이 관여하고 있습니다. 학교에 학교폭력 전담부서를 만들어 학교폭력 예방과 해결에 학교와 교사가 나서야 합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