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천받기 위한 여론조사 조작 경계해야
입력 2014-04-02 02:41
6·4지방선거에 출마할 후보 공천 방식으로 여론조사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광역단체장과 광역의원 후보를 공천하면서 지역 특성에 따라 100%, 혹은 50% 여론조사 방식을 적용키로 했다. 새정치연합과 달리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공천을 유지키로 한 새누리당의 경우 상향식 공천 방침을 정함에 따라 지역별로 여론조사 방식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그러나 4월 중에 집중적으로 치러질 여론조사는 조작 가능성이 있어 적지 않은 후유증이 예상된다.
사실 여론조사에 의한 공직선거 후보 공천은 정당정치의 본질과 상당부분 배치되는 것이다. 공천은 선거에 참여하는 정당이 출마 희망자들의 정치적 신념과 능력, 도덕성, 당선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증해 특정인을 후보로 추천하는 행위이다. 하지만 100% 여론조사에 의한 공천은 당선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반영하는 것이어서 공당이 후보 검증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여론조사 공천은 선진 외국에선 거의 찾아보기 힘든 우리나라의 잘못된 선거문화이다.
주로 저명인사가 출마하고, 유권자가 많은 광역단체장 선거는 그나마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광역의원이나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 공천을 위한 여론조사에선 조작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미 2년 전 19대 총선 때 여러 지역에서 여론조사 조작과 관련한 논란이 제기됐었다. 특히 서울 관악을에선 야권후보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 과정에서 조작 사실이 밝혀져 정치적 파장이 컸다.
여론조사 조작의 대표적인 케이스는 조사기간에 맞춰 단기전화를 대거 개통한 뒤 기관에서 전화가 걸려오면 여러 개의 전화로 착신토록 해 특정 후보 지지 대답을 하는 방식이다. 전화 여론조사의 경우 응답률이 매우 낮기 때문에 지역별로 500∼1000개정도의 전화 회선만 확보하면 지지후보 순위를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고 한다. 경비도 많이 들지 않기 때문에 출마 희망자들의 귀가 솔깃할 수밖에 없다.
선거 브로커들이 최근 경쟁적으로 이를 부추기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공천=당선’이나 마찬가지인 영남과 호남지역 출마자들이 주 포섭 대상인데 새정치연합이 기초선거 공천을 하지 않기로 결정함에 따라 브로커들이 영남으로 몰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우선은 각 정당의 감시·감독이 절실하다. 여론조사에서 지지도가 가장 높게 나온 사람을 공천하더라도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여론 조작은 형법상 업무방해죄에 해당되기 때문에 선거관리위원회와 검찰, 경찰이 특별한 관심을 갖고 단속에 나서야겠다. 공직선거 공천을 받기 위해 민심을 왜곡하는 행위는 불법일 뿐 아니라 민주주의의 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