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기업 임원 고액 연봉에 위화감 드는 까닭

입력 2014-04-02 02:31

자본시장법이 개정됨에 따라 상장기업들이 2013년도 사업보고서 제출 마감일인 31일 연봉 5억원 이상 등기임원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아침 신문을 통해 수십억∼수백억원씩 연봉을 받는 대기업 임원들의 면면을 보면서 샐러리맨들의 박탈감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일을 잘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린 임원들에게 고액의 연봉을 준다면 아깝지 않을 터다. 기업이나 주주 입장에서는 성과를 낸 임원들에게 보상해줌으로써 유능한 인재를 독려하고 미래 기업 가치를 높이는 긍정적 측면이 크다. 전문대와 중소기업 출신으로 삼성전자를 전 세계 스마트폰 최강자로 올려놓은 신종균 IM(IT·모바일)부문 사장 같은 인물은 젊은이들에게 ‘샐러리맨 신화’의 꿈을 심어줄 수 있다.

외국 기업들과 비교하면 국내 대기업 임원들의 보수가 많은 것도 아니다. 이번에 연봉을 공개한 361개사 등기임원 평균 연봉은 15억4500만원이다. ‘자본주의 천국’인 미국 상위 350개 대기업 최고경영자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1407만 달러(약 149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국내 대기업 임원들의 보수가 성과에 비해 적정한가 하는 점이다. 회삿돈 45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해 1월 법정구속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계열사 4곳에서 301억원의 보수를 받은 것이나 2012년 8월 징역 4년을 선고받고 구속됐다가 올해 2월 집행유예로 풀려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131억원을 받은 것을 누가 납득하겠는가. 적자 난 회사들의 CEO가 수십억원씩 연봉을 챙겨가는 것도 직원들이나 주주 입장에서는 용납하기 힘들다.

등기임원 보수만 공개하는 것도 문제다. 연봉 공개를 피하기 위해 이미 상당수 대기업 CEO들이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실효성을 높이려면 미국처럼 등기 여부에 상관없이 고액 연봉자를 모두 공시하는 게 옳다.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자는 당초 취지를 살리려면 임원 보수 산정 근거나 경영 성과도 함께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대기업 임원 고액 연봉에 대한 반감이나 반기업 정서가 없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