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염성덕] 신데렐라法
입력 2014-04-02 02:19
동화 ‘신데렐라’는 프랑스 작가 샤를 페로의 작품을 으뜸으로 친다. 다른 나라 언어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주인공이 바뀐 작품들이 잇따라 나왔지만 원작의 아류일 뿐이다.
페로의 동화에서 신데렐라는 계모와 새 언니들로부터 온갖 구박을 받는다. 어느 날 요정의 도움으로 공주처럼 차려 입고 무도회에 나가 왕자와 춤을 춘다. 자정이 되면 원래 모습으로 돌아간다는 요정의 말을 듣고 허겁지겁 무도회장을 빠져나오다가 한쪽 구두를 잃어버린다. 왕자는 구두 주인을 찾아 헤맨 끝에 신데렐라를 만난다. 마음씨 착한 신데렐라는 왕자와 결혼해 오래도록 행복하게 산다.
동화가 인기를 끌면서 파생 용어가 생겼다. Cinderella team(무명의 우승팀) Cinderella complex(여성이 남성에게 의존하려는 잠재적 욕망) Cinderella liberty(자정까지 귀대해야 하는 외출 허가) 등이 대표적이다.
서양에 신데렐라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콩쥐팥쥐’가 있다. 콩쥐는 우여곡절 끝에 세자비로 간택된다. 못된 계모와 팥쥐가 콩쥐를 죽이고 시신을 연못에 버린다. 팥쥐는 콩쥐 대신 세자와 결혼하지만 콩쥐가 환생하는 바람에 계모와 팥쥐는 큰 벌을 받는다. 콩쥐는 세자와 결혼해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40∼50년 전 우리나라 어린이들은 신데렐라보다는 콩쥐팥쥐를 더 많이 접했다. 어머니의 이야기보따리에서 콩쥐팥쥐가 단골 메뉴였기 때문이다. 고등교육을 받은 요즘 어머니들은 콩쥐팥쥐보다는 신데렐라를 자녀에게 더 권하는 모양이다.
청소년의 온라인 게임 중독을 막기 위해 셧다운제가 들어간 청소년보호법을 신데렐라법이라고 부른다. 자정이 되면 신데렐라의 마법이 풀리는 것처럼 자정부터 6시간 동안 청소년의 온라인 게임 접속을 차단해 붙여진 별칭이다.
영국 정부가 자녀에게 심리적 학대를 가하는 부모를 처벌하는 ‘신데렐라법(Cinderella Law)’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유아법 개정안에 따르면 장기간 아동을 무시하거나 애정을 표시하지 않는 방식으로 학대하는 부모는 최고 10년 징역형에 처해진다. 아동에게 가정 폭력을 보도록 강요하거나 모욕적인 벌을 주는 것도 처벌 대상에 속한다.
영국에서 부모의 무관심으로 피해를 입는 아동은 150만명에 달한다. 심리적 학대를 방지하기 위한 신데렐라법이 동화처럼 해피 엔딩의 결과를 가져올까.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