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 어록을 통해 본 제주 4·3사건
입력 2014-04-01 16:04
[쿠키 사회] 국가기념일로 지정돼 처음 열리는 ‘제주 4·3사건 희생자 추념일’을 앞두고 ‘4·3사건’을 둘러싼 역대 대통령들의 어록이 눈길을 끌고 있다.
기록을 통해 역대 대통령의 제주4·3사건 관련 어록을 살펴보면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1949년 1월 21일 열린 제12회 국무회의에서 다음과 같은 지침을 전달했다.
‘시정일반에 관한 유시의 건(대통령)=미국 측에서 한국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많은 동정을 표하나 제주도, 전남사건의 여파를 완전히 발근색원(拔根塞源) 하여야 그들의 원조는 적극화할 것이며, 지방 토색(討索) 반도 및 절도 등 악당을 가혹한 방법으로 탄압하여 법의 존엄을 표시할 것이 요청된다.’
이같은 이 대통령의 국무회의 지침은 즉각 군부대와 경찰을 통해 전달돼 제주4·3사건 진압과정에서 많은 희생을 낳게 한 것으로 4·3연구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후 제주도민들은 윤보선, 박정희, 최규하,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정부를 거치는 동안 줄기차게 ‘신원(伸寃·가슴에 맺힌 원한을 풀어 버림)’을 요구해왔다.
김대중 대통령은 1987년 11월 30일 제13대 대선 제주유세 당시 “제주도민은 4·3의 비극을 겪었다. 내가 집권하면 억울하게 공산당으로 몰린 사건에 대해 진상을 밝히고 억울한 사람들의 원한을 풀어주겠다”고 말했다.
이어 1992년 12월 11일 제14대 대선 제주유세에서도 “40여년간 제주도민을 억눌러 온 4·3의 진상을 규명하고 도민의 명예회복을 위해 4·3특별법을 제정, 4·3의 정사를 새로 정립함으로써 역사적 명예회복과 함께 제주를 평화의 메카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김대중 정부에서 비로소 제주4·3은 정부 차원에서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국회에서 1999년 말 4·3 특별법이 제정됐고, 정부는 이 법에 따라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4·3 진상규명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노 대통령의 참여정부 출범 후 제주지역 단체와 도의회 등은 노 대통령의 ‘정부사과’ 대선 공약을 발판삼아 대통령의 제주 방문을 통한 사과표명을 강력히 요구했다.
노 대통령은 2003년 10월 31일 제주 라마다호텔에서 가진 제주도민과 오찬간담회에서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으로서 과거 국가권력의 잘못에 대해 유족과 제주도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정부 차원의 사과를 표명했다.
2006년 4월 3일에는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4·3 사건 희생자 위령제’에 참석했다.
급물살을 타던 제주4·3에 대한 진상 규명은 이명박 정부 들어서 소강상태로 돌아섰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한 번도 제주 4·3 위령제에 참석하지 않았고, 재임기간 제주 4·3에 무관심한 태도를 보여 도민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이후 2012년 12월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고, 제주4·3에 대한 공약을 이행하면서 분위기가 다시 바뀌었다.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 대선 경선 후보 시절인 2012년 8월 1일 제주4·3 평화공원을 찾고 방명록에 ‘4·3 희생자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는 글을 남겼다.
같은 해 12월 11일 다시 대선 유세차 제주를 방문한 자리에서는 “4·3추모기념일 지정을 포함해 제주도민의 아픔이 해소될 때까지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1년 3개월이 지난 3월 18일 박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제주4·3희생자 추념일’을 국가기념일로 정하는 내용의 ‘각종 기념일 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제주 4·3사건 희생자 추념일’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돼 올해부터 정부가 주관하는 위로 행사로 격상돼 치러지게 됐다.
제주=국민일보 쿠키뉴스 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