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NLL 도발] 北 ‘화력지원정’ 첫 동원 우리 구축함 겨냥 훈련인듯
입력 2014-04-01 03:32
북한은 31일 해상 사격훈련에서 화력지원정까지 동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이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해상 사격훈련을 한 것은 이례적이며 특히 화력지원정은 이번에 처음 동원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화력지원정에는 사거리 20㎞의 122㎜ 방사포가 탑재돼 있으며 북한 옹진반도 인근 마압도 해상에서 백령도를 향해 방사포 22발이 발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일부가 북방한계선(NLL) 이남 해상에 떨어졌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화력지원정은 82t급으로 길이 27.7m, 함폭 6.4m, 시속 74㎞로 20여명이 승선해 작전을 수행한다. 북한은 82t급 화력지원정 수십척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속력이 빠른 화력지원정에 20여발을 동시에 발사할 수 있는 방사포를 탑재한 것은 서해 NLL 인근 해상에서 초계 임무를 수행하는 우리 구축함을 겨냥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유사시 NLL 인접까지 남하해 20㎞ 남쪽에서 대기하는 우리 구축함을 향해 방사포를 발사한 뒤 신속하게 후퇴할 수 있다. 즉 수상함 전력에서 우리 해군에 밀리는 북한이 화력 보강을 위해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북한의 화력지원정이 출동하자 백령도 남쪽에 배치됐던 구축함과 NLL 인근 초계 임무를 수행 중이던 고속정들은 작전상 약간 남쪽으로 이동했다. 평소 우리 군함들은 북한이 해안지역에 배치해 놓은 해안포와 스틱스, 실크웜 등 대함 미사일의 사거리 밖에서 초계활동을 한다. 기습 공격을 받지 않기 위해서다. 특히 북한이 사격훈련을 실시할 때는 조금 더 뒤쪽에서 경계 임무를 수행한다. 사격훈련을 빙자한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다.
이날 오전 북한의 사격훈련 통지가 온 뒤 우리 해군 함정들은 평소보다 함정 수를 늘리는 등 증강된 경계임무에 들어갔다. 백령도 남쪽에 구축함과 호위함이 경계근무를 서고 초계함이 최전선에서 경계작전을 실시했다. 낮 12시15분 북한이 1구역에 사격훈련을 시작하고 곧 이어 2구역에서 사격훈련을 이어가자 초계함들은 포탄이 떨어지면서 만들어지는 물기둥들을 예의주시했다. 물기둥이 어느 정도 밀집돼 발생하는지를 통해 북한 포탄의 정밀도를 계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잠시 후 마압도 앞쪽 해상에 배치됐던 화력지원정 2척에서 방사포 발사 움직임이 포착되자 최전선에 배치됐던 초계정들이 조금 더 뒤로 물러섰다. 화력지원정의 사거리에서 안전하게 벗어나기 위해서다. 하지만 화력지원정도 우리 측의 대응사격이 시작되자 마압도 인근까지 바짝 올라갔다. 북한이 쏜 포탄이 NLL을 넘어선 뒤 대응사격에 나선 우리군의 K-9 자주포 반격에 피해를 입을 수도 있어서다. 군 관계자는 “화력지원정은 지상에서 안정된 상태에서 발사하는 방사포를 추가 장착한 것이라 정확도는 다소 떨어지지만 기동력이 있어 큰 위협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