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등기임원 연봉 첫 공개] 일반 직원 평균의 200∼500배… 적정성 논란
입력 2014-04-01 03:18
주요 대기업 등기임원 보수가 공개되면서 적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핵심은 형평성과 투명성이다. 일부 그룹 오너들은 등기임원 자리에서 물러났거나, 등기임원을 맡지 않아 이들의 전횡을 감시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가 유명무실해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반면 애플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과 견주면 우리 기업의 등기임원 보수가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 오너들은 각 계열사로부터 수백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통상 6000만∼7000만원 안팎인 주요 대기업 일반 직원 평균 연봉의 200∼500배에 해당한다. 거액 연봉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는 상황에서 ‘뜨거운 감자’가 공개된 것이다.
선진국에서도 기업인 고액 연봉에 대한 반발이 적지 않다. 지난해 스위스에서는 기업 내부의 최고 임금이 최저 임금의 12배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이 국민투표에 부쳐졌다. 반대표 65.3%로 부결됐지만,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가 전임 회장에게 840억원에 달하는 퇴직금을 지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고액 연봉을 둘러싼 갈등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지난해 민간기업 최고경영자(CEO)의 보수를 법으로 제한하는 문제를 놓고 여당인 사회당과 우파 야당 대중운동연합이 맞붙었다.
우리 재계에서는 선진국과 비교해 국내 기업 임원 연봉이 높지 않다고 반박한다. 지난해 미국 상위 350개 대기업 최고경영자 연봉은 1407만 달러(약 149억원)로 직원 평균 연봉 5만1200달러(약 5400만원)의 270배가 넘는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미 경영인 가운데 연봉 1위는 애플 수석부사장 로버트 맨스필드로 910억원(2012년)을 받았다. 경쟁업체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보다 13배 이상 많은 액수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보수를 공개한 애플 경영진 5명의 2012년 평균 연봉은 667억원에 달한다.
따라서 액수를 놓고 따지기보다 해당 경영인의 성과와 공헌도 등을 따져볼 수 있는 투명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의 경제·사회적 공헌을 도외시한 채 경영진 연봉만을 문제 삼는다면 경영활동을 제약할 뿐”이라고 말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