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성공 ‘겨울왕국’ 처음엔 스토리 빈약… 자매 설정·왕국 운명 코드 넣은 것이 주효”
입력 2014-04-01 02:51
피터 델 베초 대표 프로듀서 방한… 콘텐츠 노하우 밝혀
“제작 초기 엘사와 안나는 공주가 아니었어요. 자매라는 설정도 회의 중 나온 아이디어예요. 자매의 이야기만으론 스토리가 빈약해 ‘왕국의 운명’이라는 코드를 넣었죠.”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대표 프로듀서 피터 델 베초가 31일 방한해 제작 후기를 털어놨다. 베초는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코엑스에서 열린 지식 세미나 ‘콘텐츠 인사이트 2014’에 참석해 450여명의 일반인에게 애니메이션 콘텐츠에 대한 노하우를 제시했다. 이 행사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함께 주최했다.
강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음악을 좋아하는 한국인들에게 ‘겨울왕국’이 감동을 준 것 같다”며 “미국을 제외하곤 한국 시장에서 가장 큰 흥행(관객 1028만명)을 거뒀다. 한국은 고마운 나라”라고 소감을 밝혔다.
베초는 “영화 속엔 사람들이 느끼는 두려움(엘사)을 긍정의 힘(안나)으로 이겨낸다는 내용이 담겼다”며 “이 메시지가 강력하게 작용한 것 같다”고 흥행 이유를 분석했다.
또 “엘사와 안나, 올라프 등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 덕분에 모두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며 “다양한 방식을 통해 ‘겨울왕국’을 다른 콘텐츠에 접목할 예정이다. 뮤지컬 버전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1990년대 ‘미녀와 야수’(1991) ‘알라딘’(1992) ‘라이온킹’(1994) 등으로 황금기를 보냈던 디즈니사는 2000년대 ‘보물성’(2002) ‘볼트’(2008) 등이 흥행하지 못하며 위기를 맞았다. 베초는 다시 돌아온 ‘르네상스 시대’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CCO(최고홍보책임자)인 감독 출신 존 래스터가 부임한 2006년 이후 경영진이 아닌 제작자 중심으로 돌아가면서 작품을 보는 눈이 달라졌습니다. 제작진은 12주마다 작업분량을 상영하고 이후 워크숍에서 발전 방향을 토의합니다. 함께 방향성을 맞춰가고 있는 거죠.”
‘겨울왕국’은 이날 역대 최대 흥행 애니메이션으로 이름을 올렸다. 미국의 박스오피스 집계 사이트인 ‘박스오피스모조닷컴’에 따르면 ‘겨울왕국’은 전 세계적으로 10억7240만 달러(약 1조1437억원)의 입장권 판매 수입을 올려 기존 1위인 ‘토이스토리 3’(10억6320만 달러 수익)를 밀어내고 애니메이션 영화 중 최대 흥행작이 됐다. 역대 전 세계 흥행작 10위에도 올라섰다.
“‘겨울왕국’은 더 이상 우리만의 영화라고 할 수 없어요. 우리의 품을 떠나 자신만의 여정을 걷기 시작한 영화죠. 세계인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영화가 됐다는 점에서 감격스럽습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