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문화] 실속없는 축제에 그친 서울패션위크

입력 2014-04-01 02:31


서울 한복판에 사뿐히 내려앉은 우주선(?)은 지구인들을 맞는 집들이로 패션쇼를 선택했다.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동대문 디자인플라자(DDP)가 일반에 공개되는 첫 행사로 3월 21일부터 엿새 동안 ‘2014 가을 겨울 서울패션위크’가 펼쳐졌다.

14회를 맞은 이번 행사는 특히 그동안 모였다 흩어지곤 하던 디자이너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난해 가을만 해도 공공주최를 내건 서울시와 패션디자이너연합회(CFDK)가 IFC 서울과 여의도공원에서 각각 쇼를 펼치며 노골적인 불협화음을 드러냈었다. 서울시 주최, 서울디자인재단과 CFDK가 공동주관 한 이번 행사에는 20대부터 80대 디자이너까지 80여명의 디자이너가 총출동해 81회의 쇼를 했다.

DDP라는 멋진 ‘멍석’이 화합을 이끌어내는 데 한몫했다는 이들도 있고, 선거를 앞두고 서울시가 통큰(?) 양보를 한 덕분이라는 이들도 있다. 이유야 어쨌든 이번 행사는 성대하게 치러졌고, 많은 시민들도 서울패션위크를 즐겼다. 그래서 “축제다운 축제였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그런데 서울패션위크가 축제인가? 서울시는 서울패션위크를 파리·뉴욕·런던·밀라노에 이어 세계 5대 컬렉션을 목표로 시작했다. 이번 행사부터 아시아 최고를 지향하는 쪽으로 방향전환 했지만 무릇 컬렉션이란 디자이너들이 다음 계절 의상을 선보여 바이어에게 수주를 받는 행사다. 그런 점에서 이번 행사도 여전히 절반의 성공이다.

항공·숙박료를 제공받아 참석한 대다수의 해외 바이어는 빈손으로 왔다. 앞서 열린 컬렉션들에서 예산을 다 썼기 때문이다. 한 남성복 디자이너는 “만나자고 하더니 ‘옷은 좋은데 예산이 없다’고 하더라”며 허탈해 했다. 현재 서울패션위크는 4대 컬렉션은 물론 도쿄컬렉션보다 늦게 시작한다. 일부 내로라하는 디자이너들의 쇼는 고객들과 연예인들이 좌석을 점령해 바이어는 뒷전이었다.

10여 년째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하는 이유는 행사총괄 담당 민간위탁사가 매번 바뀌면서 노하우가 축적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혜시비를 의식하는 관이 서울패션위크를 주도하고 있는 한 개선은 기대하기 힘들다. 서울패션위크를 아시아 최고로 만들고 싶다면 부산 시는 예산을 마련해주고 영화 전문가들이 이끌어 가는 부산국제영화제를 벤치마킹할 것을 권한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