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봄바다 푸른물결 위로 선율이 넘실∼

입력 2014-04-01 02:31


제13회 통영국제음악제, 4월 3일까지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는 경남 통영에는 봄이 이미 무르익었다. 푸른 물결 위로 봄 내음이 넘실거리고 거리 곳곳에도 봄꽃이 활짝 피었다. 지난 28일 오후 7시30분 통영시 큰발개길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는 이곳 출신의 세계적인 현대작곡가 윤이상(1917∼1995)의 음악세계를 기리는 제13회 통영국제음악제(TIMF)가 막을 올렸다.

올해 음악제는 ‘시스케이프(Seascapes·바다경치)’를 주제로 4월 3일까지 열린다. 국내 네 번째이자 경남에서는 유일한 클래식 전용음악당인 통영국제음악당의 1300석을 가득 메운 개막공연은 수차례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세계 각국의 연주자들로 구성된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TFO)의 연주로 윤이상의 1964년 작품 ‘유동’이 첫 무대를 장식했다.

올해 통영국제음악제가 특별한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는 지난해 말 완공된 통영국제음악당이 첫선을 보인 것이다. 520억원이 투입된 음악당은 총넓이 1만4618㎡의 5층 건물로, 1300석의 콘서트홀과 300석의 블랙박스를 갖췄다. 한려수도의 절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위치에 자리 잡고 있으며, 건물 4면이 유리로 돼 있어 공연장 내부에서도 바다 풍경을 볼 수 있다.

두 번째 주목할 것은 통영국제음악재단 대표와 예술감독이 모두 독일 출신 외국인이라는 점이다. 국제공모로 뽑은 최고경영자 플로리안 리임(46)과 예술감독 알렉산더 리브라이히(46)가 호흡을 맞춰 새 청사진을 짰다. 루마니아 지휘자 요엘 레비가 KBS교향악단 음악감독을 맡는 등 외국인 감독은 더러 있지만 국내 예술단체의 대표와 감독을 모두 외국인이 맡는 건 처음이다.

통영시는 음악당 건립을 계기로 세계적인 음악제로 거듭나기 위해 외국인 전문경영자와 지휘자를 영입했다. 이를 의식한 듯 두 사람은 기자간담회에서 음악제의 발전방안에 중점을 두었다. 첼리스트 출신인 리임 대표는 “통영국제음악당을 본 사람들은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보다 훨씬 더 멋있다고 느낄 것”이라며 “음향시설과 경관 등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독일 보덴제 페스티벌과 일본 가나자와 오케스트라앙상블 등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그는 “통영국제음악제는 지난 10여년간 한국의 지방도시에서 열리는 음악제라는 조건을 극복하고 세계적인 수준에 접근하려고 노력했다”며 “앞으로 10년은 지역주민들과 상호 교감하면서 아시아 현대음악의 전진기지로 발전해나가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국 BBC 심포니, 독일 뮌헨 필하모닉 등을 지휘하다 2011년부터 통영국제음악제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리브라이히는 네 가지 목표를 제시했다. “통영 바다와 연계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20세기 현대음악을 정립한 윤이상의 음악을 널리 알리며, 동서양 음악의 교류를 확대하고, 음악당이 박물관이 되기보다 제2의 윤이상을 발굴하는 공간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이에 맞춰 국제무대에서 실력을 발휘하는 연주자들을 초청했다. 뛰어난 곡 해석과 정교한 테크닉으로 인정받는 피아니스트 손열음, 최근 오스트리아 모차르트 국제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한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출신 20대 현악사중주단 ‘노부스 콰르텟’이 통영에 왔다.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는 현대음악 앙상블 ‘뱅 온 어 캔 올스타’도 첫 내한공연을 가졌다.

음악당에서는 이번 음악제 후에도 6∼7월 여름과 9∼10월 가을 시즌 음악회가 이어진다. 세계 유수의 음악인들을 초청할 계획이다. 어떤 프로그램을 내세워 국내뿐 아니라 해외 관객을 유치할 수 있을지 관건이다. 통영 시민들의 적극적인 호응을 유도하는 것도 과제다. 한 시민은 “한 해 운영비가 수십억원이라는데 솔직히 우리랑 별 상관없는 그들만의 행사”라고 꼬집었다.

통영=글·사진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