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진화하는 만우절, 낚시를 피하는 방법

입력 2014-04-01 02:27


[친절한 쿡기자] 만우절입니다. 지금까진 초등학생들의 ‘장난전화 거는 날’ 쯤으로 인식됐습니다. 경찰은 이미 “112 장난신고하면 처벌”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경범죄처벌법에 따라 최고 벌금 60만원 등의 처분이 가능하고, 악의적이면 벌금이 최고 1000만원인 형법상 공무집행방해를 적용하겠다는 겁니다. 장난전화로 인한 피해가 많아 단순한 엄포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문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입니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에는 온갖 이야기가 돌아다닙니다. 미네르바 사건으로 전기통신기본법이 위헌 판결을 받아 인터넷 표현의 자유가 확대됐지만, 반대급부로 만우절 이후 악의적 장난이 활개칠 개연성이 높아졌습니다.

지난해 벌써 증명됐습니다. 한 트위터리안이 만우절에 “연천서 국지전 발발, F-15K 출격 현재 대치 중, 경기도민 대피소로 피난중”이라며 네이버 뉴스와 비슷한 주소를 달아 트윗을 했습니다. 이 장난은 열흘이 지난 뒤 포털 실시간검색어에 1위에 오르며 ‘난리’가 났습니다. 디지털미디어와 결합한 만우절 장난이 예상치 못한 피해로 확산된 사례입니다.

사실 한국에선 절대 해선 안 될 일입니다. 차를 몰고 자유로를 달리면 서울에서 불과 30여분 거리에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이고 호전적인 정권이 버티고 있습니다. 북한은 31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해안포를 발사했고, 우리 공군 F-15K가 백령도 인근으로 출격했습니다. 장난이 현실로 옮아가는 엄중한 공간에서 우린 살고 있습니다.

물론 유럽은 우리보다 좀 자유롭습니다. 만우절 자체가 영어로 ‘April Fools’ Day’인데 유머를 강조한 유럽 관습입니다. 신뢰도 1위의 영국 공영방송 BBC는 2012년 4월 1일 인터넷판에 “지구는 폭발했다, 모두 죽었다(The Earth has exploded, killing everyone)”란 헤드라인을 뽑았습니다. 본문엔 “모두 죽었다. 우리 모두는 죽었다. 나는 이 기사를 사후 세계에서 쓰고 있다”고 써서 오해 소지를 없앴지만, 그래도 방송사에 확인 전화하는 네티즌들이 있었습니다.

디지털 공간뿐 아니라 오프라인으로 뚫고 나오기도 합니다. 2001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는 지하철 객차가 땅위로 솟아오른 장면이 포착됐는데, 알고 보니 ‘GEVALIA’라는 커피 브랜드가 기획한 만우절 마케팅이었습니다. 롯데리아가 1일 오후 2시부터 매장별로 “불고기버거 먹으러 왔소”하는 선착순 고객 100명에게 몇 백 원 햄버거값 깎아주는 것은 애교 수준입니다.

만우절 수많은 디지털 ‘낚시’가 독자 여러분 앞에 드리워질 것입니다. 개인이 미디어인 시대를 돌릴 순 없습니다. 하지만 믿지 못할 이야기가 범람할수록 꼭 하나 착실한 정보원을 고용하시는 게 필요합니다. 전 감히 신문이, 현장에 퍼져있는 수 백 명의 기자들이 그 대안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구독 문의는 080-781-7777입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