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사전 뜻풀이 ‘이성간 행위’로 원상복귀
입력 2014-04-01 02:28
성적 소수자들의 입장을 반영해 성(性)중립적인 표현으로 바뀌었던 ‘사랑’의 사전적 정의가 원래대로 돌아갔다. 당초대로 사랑이 남녀 간에 일어나는 행위라는 사실을 명기한 것이다. 사전의 정의는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가치관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사랑이란 뜻의 원상복귀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는 지적이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31일 ‘사랑’의 정의를 ‘남녀 간에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 또는 그런 일’로, 남성과 여성이라는 생물학적 이성 사이에서 일어나는 행위로 서술했다.
‘연애’에 대해서도 ‘남녀가 서로 그리워하고 사랑함’이라고 이성간의 행위로 설명했다. 아울러 ‘애정’이란 단어 역시 ‘남녀 간에 서로 그리워하는 마음. 또는 그런 일’로 정의해 모두 어떤 상대 등 대상의 성별을 명시하지 않고 폭넓게 정의돼있던 설명을 바꿨다.
국립국어원의 ‘사랑’의 정의가 문제가 된 것은 지난 2012년이다. 당시 경희대생들은 국민신문고를 통해 “‘연인’ ‘애인’ 등 무심코 사용하는 단어의 사전적인 정의가 남녀 관계에만 한정돼 성적 소수자의 권리를 무시한다”며 개정을 요구했다. 당시 국립국어원은 이를 반영해 이례적으로 다섯 단어의 뜻을 바꿨다. 사랑은 ‘이성의 상대’에서 ‘어떤 상대’로 행위 주체가 달라졌다. ‘연애’ ‘애정’ ‘연인’ ‘애인’ 등 이와 관련된 단어의 뜻도 모두 바꿨다. 동성애자 등 성적 소수자들을 염두에 두고 전통적인 성 관념을 넘어서서 폭 넓게 정의한 것이다.
이와 관련, 그동안 기독교계에서는 국립국어원이 이를 통해 동성애를 옹호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은 지난해 10월 정식으로 공문을 보내 “사랑 등 다섯 단어를 정의하면서 남녀 또는 이성을 모두 삭제하고 ‘두 사람’으로 수정함으로써 의미를 모호하게 하고 왜곡시키는 것은 동성애를 조장, 방조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공식적으로 수정을 요구했었다. 또 학계에서도 국립국어원이 사회 전체적인 여론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개정한 것이라는 비판 여론이 일기도 했다.
결국 국립국어원은 지난 1월 내부 검토를 한 뒤 사랑, 연애, 애정 세 개 단어의 행위 주체를 남녀로 되돌리기로 했다.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공식 심의 절차를 거쳐 재변경을 하게 됐다”며 “연인과 애인은 사랑이란 단어의 뜻을 따라가기 때문에 이번에 별도로 바꾸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립국어원 측은 성 중립적인 사랑의 뜻 정의는 오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보편적인 기준으로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문제를 제기해왔던 기독교계에서는 국립국어원의 결정을 환영한다는 분위기다. 한교연은 보도자료를 통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인터넷과 진보단체를 중심으로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