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NLL 도발] 사격훈련 왜… 한반도 정세 주도·美 대북정책 전환 노린 강공 카드

입력 2014-04-01 04:00


정부는 북한이 31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지역에서 해상 사격훈련을 실시한 것은 의도된 도발로 파악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대북정책에 반발하면서 한반도 정세를 주도하려는 목적이 내포됐다는 판단이다. 또 미국의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포석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北, “백령도를 잿가루로”=북한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움직임과 우리 군의 북한 어선 나포를 빌미로 도발을 감행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우리 해군이 최근 백령도 인근 서해 NLL을 침범한 북한 어선을 나포한 것에 대해 “선원들을 강제로 납치해 폭행하고 귀순을 강요했다”며 “해적소굴 백령도를 잿가루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자유북한방송은 신의주 소식통을 인용, “지난 28일 우리 측에 나포됐다가 돌아간 어선은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에서 의도적으로 침투시킨 배”라고 보도했다. 또 “기자회견장에 나와 남한의 행위에 대해 증언한 세 사람 중 젊은 두 사람은 북한 서해함대 사령부 소속 경비정 군관(장교)들”이라고 덧붙였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 해상 사격훈련은 로켓, 미사일, 혹시 모를 핵실험과 맞물려 패키지로 이뤄진 매우 의도된 도발”이라며 “특히 사격 방향이 모두 남쪽이어서 위협적이고 의도된 도발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반도 정세 주도권 목적=북한의 도발은 우선 최근 북한의 인권 문제와 미사일 발사 등을 문제 삼는 국제사회에 불쾌감을 표시하면서 한반도 정세를 주도하려는 행보로 보인다. 미국이 대화에 나서지 않을 경우 추가 무력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북한은 긴장 수위를 높이기 위해 핵 무력·경제 건설 병진 노선도 계속 부각시키고 있다. 노동신문은 1면 사설에서 “우리는 앞으로도 병진노선을 생명선으로 꿋꿋이 틀어쥐고 자주의 길로 꿋꿋이 걸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사설은 또 미국 등 국제사회가 북핵 6자회담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하는 비핵화 조치도 수용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사설은 “현 시기 미국은 우리의 선(先) 핵포기를 강요하면서 우리에 대한 핵위협과 공갈을 계단식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며 “미제의 압력에 절대로 굴복하거나 타협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냉각기간 거친 후 남북 관계개선 가능=우회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 제안에 대한 불만 표시라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남조선 집권자의 저급한 외교’라는 제목의 글에서 박 대통령이 “얼마 전 도이칠란드(독일) 행각(방문) 때는 금시까지도 ‘동족간의 비방중상 중지’를 떠들던 그 입으로 우리를 악랄하게 헐뜯으면서 횡설수설했다”며 “잡동사니들을 이것저것 긁어모아 통일 제안이랍시고 내들었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북한 공식 매체가 드레스덴 선언을 직접 거론하며 입장을 표명한 것은 처음이다. 중앙통신이 드레스덴 선언을 노골적으로 비난한 만큼 북한 당국이 이 제안을 수용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이 금강산 관광 재개나 5·24조치 해제 등을 얻어내기 위해 강공으로 나온 것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