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지휘부 수사 못한 채 이르면 4월 3일 결과 발표
입력 2014-04-01 03:34
검찰이 31일 간첩사건 문서 위조에 직접 가담한 국가정보원 직원과 협조자를 동반 기소하면서 수사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르면 3일 혹은 4일 최종 수사 결과 발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정원 지휘부에 대한 수사는 결국 진행되지 않을 공산이 크다.
검찰은 현재까지 증거로 제출된 공문서 3건 중 허룽시 공안국 명의의 ‘출·입경기록 발급확인서’, 싼허변방검사참(출입국관리소)의 ‘정황설명에 대한 답변서’ 2건이 위조된 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증거조작 논란의 발단이 된 출·입경기록 자체에 대해서는 ‘비정상적 문건’이라는 정도로만 파악됐다. 출·입경기록을 입수한 국정원 협조자 A씨가 행방을 감춘 데다 이에 개입한 대공수사팀 권모(51) 과장이 지난 22일 자살 기도를 하면서 추가 수사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에 요청한 사법공조도 수사 결과 발표 이전 회신이 불투명하다.
국정원의 ‘윗선’을 쫓던 수사 역시 권 과장의 자살 기도 이후 기세가 많이 꺾였다. 그간 검찰에 소환된 국정원 직원 10여명은 모두 “위조 사실을 몰랐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검찰은 대신 국정원 압수수색 등을 통해 확보한 내부 보고서와 외교 전문(全文)에서 유우성씨의 출·입경기록 관련 공문서 입수를 위해 수차례 기획회의가 열렸던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이를 김모(48·구속기소) 과장과 전임자인 권 과장이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문서 위조에 일정 역할을 한 나머지 국정원 직원들도 일괄 기소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주선양 총영사관 이인철(48) 영사와 이모(3급) 대공수사처장이 유력한 기소 대상자로 꼽힌다. 이 영사는 출·입경기록 발급확인서가 중국이 아닌 국정원 본부에서 발송돼 선양영사관을 경유하는 과정에 개입했다. 협조자 김모(61·구속기소)씨가 위조한 싼허변방검사참 공문에 대해 ‘진본’이라는 가짜 영사확인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이 처장은 이들의 직속상관으로서 허위 공문서 입수 과정을 총괄한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 처장 위에 있는 김모(2급) 수사단장, 이모(1급) 대공수사국장, 서천호 2차장 등은 형사처벌되지 않을 공산이 크다.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증거 위조에 나선 것으로 조사됐지만 그 윗선이 이를 지시했거나 보고받았다는 진술이나 물증이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수사 막바지에 달한 현재까지 이들에 대한 소환조사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윗선이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로 수사하는 것은 아니다”며 “어느 선까지 개입했는지는 드러난 증거를 가지고 판단할 뿐”이라고 말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