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잇단 내부회의 통해 간첩 증거 위조 총괄 기획… 檢, 김과장·협조자 함께 기소

입력 2014-04-01 03:10

국가정보원이 수차례 내부회의를 통해 피고인 유우성(34)씨의 간첩 혐의 입증에 필요한 증거들을 기획 위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 ‘안방’에서 위조 계획 수립 및 지시, 공문서 유통 등이 총괄 관리됐다.

검찰 증거위조 수사팀에 따르면 국정원 대공수사팀은 지난해 10월 말 서울 서초구 본부 사무실에서 회의를 열고 중국 허룽시 공안국 명의의 ‘출·입경기록 발급확인서’ 입수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검찰이 공식 외교 절차를 밟아 입수하려던 공문을 중간에 가로챈 뒤 위조문서로 바꿔치기하자는 모의가 이뤄졌다. 앞서 검찰은 허룽시 공안국에 공문을 보내 “국정원이 가져온 출·입경기록을 발급한 것이 맞느냐”는 확인 요청을 했다. 문제의 출·입경기록은 국정원이 역시 내부회의를 거쳐 중국 내 협조자로부터 구한 ‘비정상적’ 문건이었다.

대공수사팀은 이어 11월 27일 본부 사무실에서 위조된 발급확인서를 중국 팩스 사이트를 통해 주선양 총영사관 이인철(48) 영사에게 발송했다. 허룽시가 실제 보낸 것처럼 가장하려고 팩스번호를 조작, 두 차례나 보냈다. 결국 국정원이 입수한 위조문서가 중국 공문서로 둔갑해 외교부와 대검찰청을 경유해 12월 6일 법정에 공식 증거로 제출됐다. 공판담당 검사들은 국정원이 주는 문건을 그대로 받아 증거로 내고도 “정식 절차를 거쳐 입수한 자료”라고 강변했다.

싼허변방검사참(출입국관리소) 명의 공문서의 경우 협조자 김모(61)씨가 국정원 김모(48) 과장에게 “가짜로 만드는 수밖에 없다”고 얘기했으나 김 과장이 “중국에서 문제될 리 없다”며 위조를 강행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팀은 31일 김 과장과 협조자 김씨를 구속 기소했다. 모해증거위조, 위조사문서행사 등 각각 6개, 4개의 혐의가 적용됐다. 그러나 국가보안법상 날조 혐의는 끝내 제외돼 논란이 예상된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