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계열사 전자소재 기업 수직계열화… 3세 승계구도 가속화

입력 2014-04-01 03:52


삼성그룹 계열사의 대규모 사업재편 작업이 2라운드에 접어들면서 3세 경영권 승계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31일 발표된 삼성SDI와 제일모직의 합병은 표면적 이유로 경영 효율화를 위한 사업재편을 내세우고 있다. 삼성 관계자도 “경영 효율화 차원의 조용하고 무게감 있는 사업조정일 뿐 그룹 승계와는 무관하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업계에는 두 계열사의 결합이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구도를 공고히 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이 많다.

삼성SDI와 제일모직은 각각 1대 0.4425의 비율로 합병키로 했다. 삼성SDI가 신주를 발행해 제일모직의 주식과 교환, 흡수합병하는 방식이다. 삼성SDI의 최대주주는 삼성전자로 현재 20.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국민연금이 지분 9.8%를 보유 중이다. 제일모직은 최대주주가 국민연금으로 11.6%, 삼성카드가 4.7%의 지분을 갖고 있다. 합병이 완료되면 합병사의 최대주주는 삼성전자로 13.5%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2대주주는 국민연금으로 10.5% 지분을 갖게 되고 삼성카드 지분은 1.6%가 된다.

이 구도는 재계에서 제기되는 삼성그룹의 3세 경영권 분할 방향과 일치한다. 삼성그룹의 분할 방안은 이건희(72) 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46)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자·금융 계열사를 맡고 장녀인 이부진(44) 호텔신라 사장이 호텔·건설·중화학을, 차녀인 이서현(41) 제일기획 사장이 패션·미디어를 맡는 것이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제일모직에서 직물·패션 사업을 떼어내 삼성에버랜드에 넘기고 제일모직을 첨단소재 기업으로 변신시키는 1단계 작업에 착수했다. 이후 관련 업계에서는 제일모직이 이 부회장 관할의 전자 계열사로 편입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실제 이번 합병으로 제일모직은 전자 계열사로 편입됐으며 삼성SDI-제일모직-삼성전기-삼성테크윈-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전자 수직계열화도 완성된다. 아울러 삼성 측의 지분율이 낮아 불안했던 제일모직에 대한 지배력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기존에 알려진 그룹 승계 구도가 더욱 공고화된 셈이다.

일각에서는 삼성SDI와 제일모직의 합병 이후 삼성 계열사 간 추가적인 사업재편이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다른 삼성 관계자도 “지금까지는 예고편이고, 아직 본방이 남아 있다”며 추가적인 사업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특히 삼성물산(건설부문),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중공업 세 곳에서 진행 중인 건설사업 부문의 사업조정 전망이 유력하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과거 ‘셰르빌’이라는 브랜드의 아파트를 내놓다가 지금은 건설을 중단한 상태다. 삼성물산은 건설사업을 강화하면서 ‘래미안’이라는 브랜드로 아파트 건축 사업을 하고 있다. 또 발전소와 대규모 플랜트 등 토목 사업에 강점을 보이는 삼성엔지니어링은 삼성물산과 합쳐질 경우 시너지 효과가 커진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은 지난해부터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매입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삼성SDI가 보유 중인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전량(203만6966주)을 인수하면서 2대주주로 올라섰다. 이외에도 삼성토탈·삼성석유화학·삼성정밀화학으로 세분화된 화학 계열사 간 사업조정 문제도 꾸준히 거론되고 있고 삼성SDS와 삼성전자로지텍과의 합병 가능성도 높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