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NLL 도발] 3시간 15분간 포격… 軍, 정밀직격탄 탑재 F-15K 즉각 출격
입력 2014-04-01 03:22
북한이 31일 오전 8시쯤 우리 해군 2함대사령부로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사격훈련 계획을 담은 전통문을 보내오면서 군은 긴박하게 움직였다. 북한이 우리 측에 해상 사격훈련 계획을 사전 통지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이에 우리 해군과 해양경찰은 오전 10시 서해상에서 조업 중인 어선에 급히 복귀 명령을 내렸다. 아울러 군은 즉각 백령도에 설치된 포사격 음향탐지장비 ‘할로’, 백령도와 연평도에 각각 배치된 신형 대포병탐지레이더 ‘아서’ 등을 가동해 북한군 동향에 대한 정밀 감시에 돌입했다. 특히 지상감시레이더, 지상관측장비를 총 가동해 NLL 인근 북측 지역의 해안절벽 동굴 속 해안포 진지를 주시했다. 오전 9시30분부터 장산곶, 강령반도 일대의 모든 해안포 진지 병력 움직임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해상사격을 위해 북한군 포병 병력이 배치되고 해안포의 포문이 열리는 모습도 포착됐다. 합동참모본부와 국방부 위기조치반이 본격 가동됐고, 주요 지휘관들은 합참 신청사 지하에 있는 군사지휘본부로 이동했다.
북한은 사격훈련 계획을 통보한 지 4시간15분 만인 낮 12시15분 해안포 포문을 모두 열고 7개 해역에서 8차에 걸쳐 NLL 이북 해상으로 500여발을 일제히 발사했다. 합참은 서북도서방위사령부를 경유해 백령도와 연평도의 해병부대에 주민 긴급대피령을 하달했다. 해병대 백령·연평부대는 낮 12시40분 안내방송을 내보내 주민들을 대피소로 안전하게 이동시켰다. 지난해 11월 21일 박근혜 대통령이 서북5도 지역 주민들이 비상 시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비상경보장치를 추가 설치하도록 지시한 것이 도움이 됐다.
북한이 발사한 해안포와 방사포 중 100여발이 백령도 인근 NLL 이남 지역에 집중돼 최대 3.6㎞ 해상에까지 떨어지자 서북도서방위사령부는 즉각 해병부대에 대응사격을 명령했다. 해병부대는 사거리 40㎞의 K-9 자주포 300여발과 사거리 2㎞의 벌컨포로 대응 사격을 가했다. NLL 이남 해상에 떨어진 북한 포탄 수의 3배 이상의 대응포격이다.
군은 북한의 포탄이 백령도로 떨어질 가능성에 대비, 대구기지에서 F-15K 전투기 2대를 즉각 출격시켜 NLL 이남 해상에서 초계비행을 하도록 조치했다. F-15K는 지하 기지와 동굴 속 해안포 진지를 뚫고 들어가 격파할 수 있는 합동정밀직격탄(JDAM)을 장착했다. 특히 콘크리트를 관통할 수 있는 ‘소형 정밀관통탄(SDB)’도 장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전투기가 SDB를 달고 북한의 군사 도발 또는 포사격 훈련에 대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탄은 JDAM에 비해 소형이지만 파괴력은 동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KF-16 전투기 2대도 출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오후 3시30분쯤에야 해상사격을 중지했다. 우리 군은 야간 사격에 대비했으나 해안 진지의 포문이 닫히고 부대가 철수하는 동향이 포착되면서 상황은 일단락됐다. 해병 백령·연평부대도 오후 4시30분쯤 주민 대피령을 해제하고 귀가 조치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