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업계 앞다퉈 PX공장 증설 경쟁
입력 2014-04-01 03:36
석유화학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파라자일렌(PX)이다. 거대시장 중국을 중심으로 늘어나는 PX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업체들은 앞다퉈 공장 증설에 뛰어들고 있다.
지주회사 체제에서 외국인과 합작투자를 해 손자회사를 세울 수 있도록 허용한 외국인투자촉진법(외촉법)도 PX와 관련된 사안이었다. 대기업 특혜 논란을 빚으면서까지 외촉법을 개정한 것은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가 외국 자본과 합작해 PX 공장을 세우는 문제를 해결해주기 위해서였다.
PX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나프타를 전환해 만든다. 80% 이상이 폴리에스터 섬유 등 화학섬유 원료로 쓰인다. 스마트폰 LCD 화면 부착용 필름, 물병(PET병), 음식 포장재 등을 만드는 데도 사용된다.
업체들이 PX에 군침을 흘리는 배경에는 폴리에스터 섬유가 있다. 화학섬유인 폴리에스터는 면화, 양털 등 천연섬유의 대체재다. 중국에서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
국내 업체 중에선 에쓰오일이 시장 확대에 발 빠르게 대응했다. 에쓰오일은 2011년에 1조3000억원을 투자한 온산공장 확장 프로젝트를 끝냈다.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인 연간 180만t의 PX 생산 능력을 갖췄다. PX 180만t으로 34억벌의 옷을 만들 수 있다. 세계 인구의 절반을 입힐 수 있는 양이다. 같은 수량의 면화를 생산하려면 서울의 40배 크기 목화 농장이 필요하다. 양털을 쓴다면 양 3억4000만 마리의 털을 깎아야 한다.
에쓰오일의 과감한 투자는 곧바로 이익으로 직결됐다. 온산공장에서 생산한 PX 대부분이 중국으로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31일 “지난해 3조9000억원에 달한 석유화학 매출의 상당 부분은 PX 수출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까지 중국의 PX 수요는 1600만t 더 늘지만 중국 내 생산시설 증설은 400만t에 그쳐 여전히 공급 부족이 예상된다.
PX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자 투자가 잇따르고 있다. 현재 SK종합화학은 일본 기업과 1조원대 합작으로 울산에 연 100만t 규모의 PX 공장을 짓고 있다. 올 7월 가동이 목표다. SK인천석유화학도 올 하반기 상업생산을 목표로 인천에 130만t 규모의 PX 공장을 건설 중이다. 삼성토탈은 충남 서산시 대산읍에 100만t 규모의 PX 공장 증설을 마치고 6월쯤 가동한다.
해외에서도 투자가 활발하다. 중국에서만 약 360만t의 PX 설비 증설이 진행 중이다. 중동·인도에서도 2015년 250만t, 2016년 570만t의 PX 설비 증설이 예정돼 있다.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들면서 PX가 더 이상 황금알을 낳지 못하는 거위가 될 것이라는 잿빛 전망도 있다. 공급 급증으로 2016년 이후 시장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로 외촉법 개정안 통과 이후 GS칼텍스는 구체적 투자일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GS칼텍스가 투자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경쟁 업체보다 한발 늦은 GS칼텍스는 서둘러도 오는 2016년에나 공장 증설을 마칠 수 있는데, 이때쯤이면 PX 공급량이 급증해 마진이 더 떨어질 수도 있다.
이에 대해 GS칼텍스 관계자는 “PX 시장이 향후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회사 차원의 의지는 확고하다”며 “공장 상세설계나 부지조성 작업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다만 “최초 투자를 계획했을 때 공격적인 투자를 할 여건이 조성됐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