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도잔소 선언 30주년, 다시 교회가 나서라

입력 2014-04-01 02:51

하나님 사랑이 북녘에 스며드는 방안 찾아야

동·서독 교회가 통독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베를린장벽이 철벽처럼 양측을 가로막았지만 독일 교회는 동·서독 교류의 상징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통일부가 독일 연방 하원 조사위원회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서독은 1990년 통일될 때까지 1044억5000만 마르크(2001년 기준 약 62조7000억원)의 현금과 물자를 동독에 제공했다. 이 가운데 72%가량이 서독 교회와 교인들의 지원금과 성금으로 만들어졌다. 서독 교회는 1년 예산의 40% 이상을 동독 교회에 쏟아부었다고 한다. 서독 교회는 각종 물품을 지원했지만 동독 정권에 의해 전용될 수 있는 현금은 보내지 않았다. 통독을 위한 서독 교회의 노력은 기독교를 억압했던 동독 지도층도 높게 평가했다. 동·서독 교회는 비폭력을 외치고 하나님 말씀을 전하면서 공동체성을 잃지 않으려고 무던히 노력했다.

남북 교회는 6·25전쟁 이후 오래도록 마주 앉지 못했다. 전쟁의 상흔이 너무 깊었고, 남북 대결 구도가 심화된 데 따른 것이다. 세계교회협의회(WCC) 국제문제위원회가 84년 “정의와 평화를 해치는 분단을 극복하고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남북 교회 간 만남과 대화가 중요하다”는 일본 도잔소 선언을 채택한 것을 계기로 남북 교회는 만남을 모색하게 됐다. WCC 대표단이 85년 북한을 방문했고, 86년 9월 스위스에서 남북 교회가 처음으로 만났다. 이후 남북 교회는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교류의 폭을 확대해 왔다.

통독 과정에 주목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서독 교회의 역할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물론 북한이 동독보다 훨씬 심하게 교회를 탄압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손을 놓아서도 안 되고, 손을 놓고 있을 시간도 없다. 서독 교회보다 더욱 치밀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북한 교회를 돕는 묘안을 마련해야 한다. 평화통일을 앞당기고 북한 교회를 지원하는 일이라면 교단 간 화합과 연합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기독교 초교파 통일준비모임인 통일선교아카데미가 1일 출범하는 것은 의미가 크다.

서독 교회는 정부를 대신해 프라이카우프(동독 반체제 인사 석방 사업)를 비밀리에 추진해 큰 성과를 거뒀다. 남한 교회도 북한이 인정하지 않는 납북자와 국군포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 나서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탈북자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이들이 남한 사회에 정착하도록 남한 교회가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 남북관계 악화로 중단된 평양 조용기심장병원 건립 공사도 마무리되도록 남북 당국과 교회가 협력하기 바란다.

한국교회는 세계 교회 및 기독교단체와 긴밀히 연대하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 WCC가 지난해 부산 총회 때 발표한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관한 성명서’의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다.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 때’까지 ‘주 안에서 우리는 하나’라는 믿음을 가지고 하나님의 사랑이 북녘에 골고루 스며드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