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종현 부활절준비위 대표상임대회장에 듣는다

입력 2014-04-01 03:41


“거의 모든 교단 참여 약속… 한국교회 새로운 연합 출발점”

2014년 한국교회 부활절연합예배가 오는 20일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교단연합으로 치러진다. 연합기관의 분열 속에서 교단이 하나가 돼 열리는 이번 연합예배는 한국교회의 진정한 연합을 위해 한 걸음 다가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민일보는 31일 2014년 한국교회 부활절준비위원회 대표상임대회장인 장종현 예장 백석 총회장으로부터 올해 부활절연합예배의 의미와 준비과정 등에 대해 들었다.

<대담=이승한 종교국장>

-이번 부활절연합예배를 주도적으로 준비하게 된 배경은.

“예수님의 부활이 없었다면 기독교라는 종교도 존재할 수 없다. 죽음에서 다시 살아나신 분은 예수 그리스도 한 분뿐이며, 기독교인에게 있어 이보다 더 감사한 일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교회의 역할은 부활의 기쁜 소식을 알리는 데 있다. 이번에는 분열을 극복하고 교단 전체가 하나 돼 준비하게 됐다.”

-다른 가치에 앞서 ‘연합’에 방점을 두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교회는 지금 정치논리에 물들고, 세속적 이기주의에 빠져 정작 중요한 신앙의 본질을 망각하고 있다. 특히 교권의 갈등으로 인한 한국교회의 분열은 교회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부끄럽고 속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올해 개최되는 부활절연합예배는 3년 만에 다시 ‘하나의 예배’를 이뤄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3년 만의 연합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2014년 한국교회 부활절준비위원회’에는 한국교회의 거의 모든 교단이 참여를 약속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도 별도의 예배를 드리지 않고, 교단 중심의 연합예배에 지지의 뜻을 보내왔다. 한국교회가 더 이상 분열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마음이 모이면서 한국교회연합(한교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한기총 등 연합단체들도 모두 이름을 내려놓고 한국교회의 하나 됨을 지지하며 예배를 위해 함께하고 있다는 뜻이다.”

-올해는 한국에 기독교가 전해진 지 130주년이 되는 해다. 올해 부활절연합예배가 새로운 연합과 선교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은데.

“미국 북장로교 소속의 알렌 선교사가 한국 땅을 밟은 지 130년이 됐다. 알렌, 아펜젤러, 언더우드 선교사 등 초기선교사들은 척박한 이 땅에 와서 학교와 병원을 세우고, 우리 민족의 병든 영혼을 일으켜 세웠다. 또 한편으로는 위정자나 지식인층과 교류하면서 외교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동시에 병들고 차별받는 이웃을 섬기며 그리스도의 복음과 사랑을 묵묵히 실천했다. 지금 한국교회는 이 두 가지 사역의 조화가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올해 부활절연합예배는 한국교회가 부활의 새 옷을 입고 회개와 갱신으로 거듭나는 계기, 한국교회의 새로운 연합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생명의 주님,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라는 주제는 어떤 의미인가.

“누가복음 18장 말씀을 본문으로 주제를 정했다. 주제에서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우리 모두는 ‘죄인’이라는 고백에 있다. 예수님께서는 본문에 등장하는 바리새인과 세리 가운데 자신을 죄인이라고 고백한 세리를 선탁하셨다. 자기를 낮추는 자를 높이 세우신 것이다. 한국교회에는 바로 이 세리와 같은 고백과 회개가 필요하다. 그리스도의 십자가 구원이 아니었다면, 그리스도의 생명이 없었다면 우리의 삶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부활절연합예배를 통해 죄의 고백과 울부짖는 회개의 소리가 하늘에 닿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준비과정에서의 어려움은 없었나.

“‘오직 하나님’ 한 분만 바라보고 임하면 뭐든지 가능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연합이 참으로 어려운 일인 줄은 미처 몰랐다. 준비과정에서 사안마다 교단의 성격에 따라 입장이 달랐다. 저마다 자기의 색깔이 있고, 그에 맞는 명분이 있었다. 참여하고 있는 30여개 교단의 의견과 입장을 조율하는 것이 연합에 있어 최대 난제였다.”

-어떻게 조율하게 됐나.

“서로 자신만의 교리와 신학을 앞세우고 정치와 이념을 주장하면 연합은 결코 이룰 수 없다. 예수 그리스도가 하나님의 아들이며, 유일한 구주임을 고백한다면 나와 생각이 달라도 상대방을 용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 내가 가진 것을 포기하고 예수의 말씀에 온전히 순종하면 하나 됨이 가능하다. 분열된 한국교회에 닥칠 하나님의 분노를 생각하면 한국교회는 연합을 위해 더 낮아져야 한다. 이 같은 인식의 공유와 공감이 여러 교단과 단체들의 양보와 이해, 섬김과 낮아짐과 맞물리면서 연합의 시작점이 됐다.”

-올해 부활절연합예배에서 드려진 헌금은 예배를 마친 후 이웃을 돕는 데 사용한다고 들었다. 이렇게 결정한 배경은 무엇인가.

“올해 부활절의 주제가 ‘생명의 주님,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다. 이 주제는 단순히 우리의 모임이 예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국교회 안에 회개와 성령, 나눔, 기도 운동을 이어가자는 것이다. 부활의 생명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찬양하면서 교회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교회가 보살펴야 할 약자들을 위한 사역을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참여 교단들의 강한 의지였다.”

정리=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