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엘임상의학상 수상 박원순 교수 “신생아 치료 국제수준으로 발전”
입력 2014-04-01 02:14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미숙아 치료를 담당하는 의료진들의 심정은 부모들의 마음과 같습니다.”
지난 20년간 국내 신생아집중치료실 구축과 의학 발전에 기여해 온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박원순 교수(사진). 국내 신생아 치료분야를 국제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린 공로를 인정받아 박 교수는 최근 대한의학회와 바이엘이 수여하는 ‘제10회 바이엘임상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박 교수는 “이번 수상은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아이들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모든 의료진들에게 수여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1980년대 초 신생아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박 교수는 “당시 국내는 미숙아로 태어난 신생아들의 생존율이 높지 않았다. 신생아들을 살리는 데 두려움도 있었지만, 새로운 학문을 개척하고 도전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신생아학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20년간 박 교수는 생존한계 24주 극복을 위해 초극소 미숙아에 특화된 출생직후심폐소생술과 초극소 미숙아의 고가습환경 및 수액전해질관리, 가족중심 치료의 24시간 면회 및 캥거루케어 등을 도입해 미숙아 치료 분야에 선구자 역할을 해왔다. 특히 지난 2012년 10월 삼성서울병원에서 임신 21주 5일만에 몸무게 490g으로 태어난 아이(이은혜·여)가 박 교수와 의료진의 보살핌 속에 치료를 마치고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미숙아 집중치료실의 경우 인큐베이터, 인공호흡기 등 모든 장비가 최첨단으로 갖춰져야 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아기 입장에서 어떠한 중환자 치료를 제공하느냐이다. 박 교수는 “최근 미숙아 치료의 목적은 비침습적으로 아이에게 가장 편안한 치료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며, 이런 의미에서 아이와 산모를 연결해 주는 켕거루케어가 큰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24시간 면회로 아이와 부모, 의료진 세 주체가 동반자 관계를 구축해 치료 효과를 높이고 있다.
이와 함께 미숙아 치료를 위한 노력으로 삼성서울병원과 박 교수 주도의 ‘한국신생아네트워크’도 지난해 출범됐다. 질병관리본부 국가사업으로 추진된 이 네트워크는 국내에서 태어나는 미숙아들에 대한 다양한 치료법 개발과 공동 연구 수행을 목적으로 한다. 출범 1년 만에 53개 병원이 등록했으며, 올해 64개까지 늘어날 예정이다. 하지만 미숙아 치료에 있어 아직도 한계는 있다. 박 교수는 미숙이나 조산을 막을 방법은 아직까지 없다면서, 아이들이 보다 편안한 환경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관련 정책 마련과 사회적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3000만원 이하의 금액이면 미숙아도 치료를 받아 건강해질 수 있죠. 그럼에도 부모의 경제적 부담으로 아이들이 이러한 기회를 잃는 경우가 있어 마음이 아픕니다. 매년 태어나는 몇 천명의 미숙아 중 1%만 더 생존해도 그 수가 4000∼5000명입니다.” 신생아학 분야 의사로서 아이들의 생명을 살리는 가슴 따뜻한 의사가 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는 박원순 교수.
박 교수는 “신생아 중환자실 치료는 100m 달리기처럼 숨 가쁘게 돌아가지만, 중환자실 아이들은 장기간의 치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마라톤과도 같다”면서 “세계에서 가장 어린 아기였던 은혜처럼 불가능속에서도 생명을 찾고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지금은 힘들고 어렵더라도 최선을 다하면 결과가 좋을 수 있다”며 미숙아를 둔 부모들에게 절대 희망을 버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송병기 쿠키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