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치 염색약 시장의 새 강자… 천연염색이 뜬다

입력 2014-04-01 02:07


하나 둘 늘어가는 새치. 세월의 훈장으로 남겨 두기가 무안할 만큼 눈치 없이 계속해서 자라나는 탓에 새치 염색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최근에는 스트레스와 그릇된 생활 습관으로 젊은 세대에서도 새치가 심심치 않게 나타나고 있어 새치는 이제 남녀노소를 떠나 모두의 고민이 됐다. 새치 인구가 노년층에서 젊은 세대로 확대됨에 따라 새치 염색약 시장도 함께 주목 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천연염색약이 새치 염색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어 화제다.

실제로 의약품 유통 데이터 IMS(2013년 3월 기준)를 통해서도 천연염색약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자료에 따르면 약 150억원 규모인 약국 시장에서 최근 5년간 천연염색약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여전히 산화형 화학염색약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2009년을 기준으로 30억원 규모였던 천연염색약 시장이 50억원 규모로 성장하면서 전체 약국 염색약 시장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2012년 염모제 생산실적에서도 천연염색약의 활약은 두드러진다. 그동안 시장을 점유해 왔던 화학 염색약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성장이 주춤한 가운데, 천연염색약 시장은 계속해서 그 점유율을 높여 가고 있다. 2012년 생산실적 자료에 따르면 천염염색약 시장은 약 80억원 규모이며 생산량에서도 2011년 약 75만개에서 92만개로 20%가량 크게 증가했다.

80억원 규모의 천연염색약 시장에서 약 75%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브랜드는 동성제약의 허브이고, 그 뒤를 중외제약의 창포가 20%, 기타 브랜드가 5% 정도 차지하고 있다. 이는 2012년 기준이며, 현재는 시장이 조금 더 확대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3년 3월 동성제약 허브스피디와 2014년 1월 광동제약 내가그린 빠른 허브 등 다양한 천연염색약이 출시되면서 시장 경쟁도 보다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가 전망하는 2014년 천연염색약 시장 규모는 약 100억원이다.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한 천연염색의 등장=천연염색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다양한 연령층에서 새치 고민을 호소하면서 염색에 대한 니즈가 확대되었고, 자연스럽게 새치 염색약에 대한 수요도 늘어난 것이다. 그동안 화학염색약이 시장을 주도해 왔기 때문에 새치 염색약에서도 화학성분 사용이 당연시됐다. 그러나 화학염색약의 염색 부작용이 지속적으로 회자됐고, 특히 새치 염색을 하는 대상이 염색 부작용에 취약한 장년층이라는 점에서 화학염색약이 아닌 새로운 염색약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러한 관점에서 천연염색약의 등장은 당연한 결과였다.

◇세대별 염모제의 변천사 ‘가루형 염모제에서 천연 염모제까지’=염색은 이제 현대인에게 있어 다양한 이유로 선택이 아닌 필수조건이 되었다. 1980년대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모발 염색은 희어진 모발을 검정색으로 물들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후 1990년대부터 연예인 모델을 중심으로 다양한 색상의 모발 염색이 유행하며 자신의 개성 표현에 따라 모발 색상도 다양해졌다. 초기 흰머리를 염색하는 기본 목적에서 다양한 컬러를 통해 자신의 개성을 나타내는 멋내기 염색이 활발하게 이루어져 왔다. 염모제 기술력도 날로 진화하면서 최근에는 건강하고 안전한 염색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켜 줄 천연염색이 주목 받고 있다.

이처럼 염색약은 변화하는 트렌드와 소비자의 니즈에 맞춰 다양하게 변화해 왔다. 초창기 가루형 염모제부터 최근 주목 받고 있는 천연염모제까지 세대별 염모제의 변천사를 살펴보자.

△1세대 ‘가루형 염모제’= 염모제의 역사는 가루 타입에서 시작되었다. 1세대 가루형 염모제는 국내 첫 염색약이었던 동성제약 양귀비 1호가 새치머리 커버용으로 인기를 끌면서 시작됐다. 기존에 끓여 쓰는 염색약의 경우 편의성과 안전성에 문제가 있었는데 가루형 염모제가 출시되면서 이러한 문제들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

△2세대 ‘액체형 염모제’= 백발 염색에 국한되어 있던 염모제 시장에 컬러를 더한 것이 2세대 액체형 염모제다. 이를 통해 기존에 가루를 물에 섞어야 했던 불편함을 해소함은 물론 다양한 컬러로 개성을 표현할 수 있게 됐다.

△3세대 ‘크림형 염모제’= 염모제 시장은 1990년 이후 크림형 염모제를 통해 크게 도약하게 된다. 크림타입의 경우 무향료 염모제로 출시되면서 암모니아 냄새 등으로 집에서 염색하기를 꺼려했던 소비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게 되는 계기가 됐다. 또 튜브타입으로 용기가 제작되어 여러 번 나눠 쓸 수 있다는 실용적인 이미지도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뿐만 아니라 단순히 염색에만 초점을 맞추던 기존 세대의 염색약과는 달리 염색력은 물론 모발의 자연스러운 광택과 코팅 효과 등 모발 미용에도 신경을 쓰며 대중적인 인기를 얻게 됐다.

△4세대 ‘거품형 염모제’= 4세대 염모제는 거품타입으로 혼자 하는 염색의 번거로움을 해결해주며 출시와 함께 염색약 시장을 흔들었다. 브랜드별로 거품의 지속력, 염색 컬러의 선명도, 모발 손상도 등을 내세우며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거품형 염모제는 제1제(염모제)를 버블용기에 담겨 있는 제2제(산화제)에 붓고 혼합해 펌핑하면 거품이 나오는 형태이다. 펌핑되는 거품을 손에 덜어 모발에 바른 뒤 샴푸하듯 손으로 조물조물 거품을 내주면 혼자 하기 어려웠던 머리 뒷부분까지 쉽게 염색할 수가 있다. 거품의 퍼짐성과 밀착력이 우수해 셀프 염색에 취약했던 긴 머리 염색에도 용이하다.

△5세대 ‘천연 염모제’= 그동안 화학 염색약이 염모제 시장을 형성하고 이끌어 왔다면, 향후 미래에는 옻 타지 않는 천연 유래 성분 염모제로 패러다임이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된 천연염색시장 규모 변화 등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기존 화학 성분 염모제는 시장을 형성하고 발전시켰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으나, 한편에서는 기존 염모제에 피부 트러블을 유발하는 PPD(Para-phenylenediamine)와 같은 화학 합성성분을 비롯해 암모니아 등 자극 성분이 많이 들어 있어 이로 인한 부작용이 지속적인 문제로 제기되었다. 이러한 불편함을 호소하는 이들을 위해 최근 5세대 염모제로 개발된 ‘천연 염모제’가 각광을 받고 있다.

천연 염모제가 주목을 받으면서 다양한 브랜드에서 천연을 표방한 제품을 많이 출시하고 있는데 이에 소비자들은 현명한 판단으로 무늬만 천연 염색이 아닌 진짜 천연 유래 성분을 사용한 제품을 골라야 한다.

먼저 화학합성염료 대신 천연 염색성분을 사용하는지 살펴야 한다. 천연 염색성분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기존 산화형 염모제와 차이가 없으면서도 부작용이 없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표적인 천연 유래 염색성분으로는 ‘피로갈롤’과 ‘철매염제’ 등이 있다. 피로갈롤은 밤나무와 떡갈나무 같은 나무의 껍질에서 얻어지는 성분으로, 염료작물 유래 성분이다. 염색할 때 부작용이 없으며, 염색 이외에도 항균 및 항산화 작용이 있어 피부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철매염제는 약 2000년 전부터 옷감 등을 검은색, 갈색으로 염색할 때 많이 사용되었는데 향약집성방에서는 생철을 물에 담가 우려낸 것을 매일 마시면 몸속의 독을 풀 수 있다고 할 정도로 매우 안전한 성분이다.

천연 염모제는 산화형 염모제보다 염색시간이 두 배 이상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불편함도 사라지게 되었다. 천연 염색에 대한 연구 개발이 진전되면서 기존 40∼60분가량 소요되던 염색 시간이 15∼20분 내로 단축돼 빠르고 간편하게 안전한 염색을 할 수 있게 됐다.

시대가 발전함에 따라 소비자의 염색에 대한 욕구도 발전하게 됐고 이에 맞춰 염색약의 트렌드도 세대별로 변화했다. 이제 스마트한 소비자의 니즈에 따라 출시 된 천연염색약이 향후 염모제 시장을 어떻게 주도해 나갈 것인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영수 쿠키뉴스 기자 juny@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