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영 장로 칼럼-종교인과 신앙인 (74)] 며느리와 장남 이야기
입력 2014-03-31 15:14
이제 나이가 드니 만나는 사람들마다 본인의 노후와 며느리 이야기가 대화의 주된 주제가 된다.
최근 만난 한 친구의 이야기가 특이했다. 인터넷에서 본 이야기라 했다. 어느 시골 동네에 천재소년이 있었다. 이 천재 소년은 시골에서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에 입학했고, 재학 중에 고시에 합격해 판사가 됐다. 이 일은 촌마을의 자랑거리였고 어머니는 잘 된 아들 때문에 힘든 농사일도 무척 즐겁게 했다고 한다. 아들로 인해 인생을 사는 즐거움을 느끼며 뿌둣해 했다.
이 아들이 장가를 갔다. 큰 부잣집 딸을 며느리로 맞이했고 아들은 처가의 도움을 받아 서울 강남의 큰 아파트에 전세를 얻어 살게 됐다고 한다.
가을에 어머니는 수확한 농산물을 가지고 아들집을 찾아갔다. 마침 며느리가 외출하고 없었고 파출부만 있기에 잠깐 소파에 앉아 있다 보니 가계부가 눈에 띄었다고 한다. “부잣집 딸도 가계부를 쓰는구나.” 흐뭇한 마음이 들어 우연히 가계부를 읽어 보았다.
그런데 그 가계부에 ‘촌년 10만 원’이라고 적힌 항목이 나왔다. 의아한 마음에 날짜를 유심히 살펴보니 며느리가 자신에게 용돈을 보내준 날짜와 일치했다고 한다. 깜짝 놀라고 분한 마음에 바로 시골로 내려와 버렸다. 이날 밤 아들에게서 바로 전화가 왔다.
“어머니, 어제는 왜 금방 돌아가셨어요? 뵙고 싶었은데 더 계시지 않고요.”
그러자 어머니는 “촌년이 그런 큰 집에 어떻게 있냐?”라며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서운함을 표시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들은 아들도 깜짝 놀랐고 부끄럽고 화가 나 함께 눈물을 흘렀다고 한다.
그 다음 날, 장인 생일이라 처가에 가야 했지만 안 가버린 아들에게 장모가 바로 전화를 했다. 장모가 왜 어제 오지 않았느냐고 묻자 아들은 “촌년의 아들이 어떻게 감히 그렇게 큰 집에 갑니까?”라고 답했고 자초지종을 장모에게 이야기했다.
이야기를 들은 처가에서는 난리가 났다고 한다. 장모는 그 즉시 딸을 불러 야단을 쳤고, 딸과 함께 바로 시골집으로 내려갔다. 아들의 어머니에게 백배 사죄하고 올라왔다고 한다. 그 일이 있은 다음부터 가계부에는 ‘촌년 10만 원’ 대신 ‘어머니 50만 원’이라는 항목이 생겼다고 한다.
과장되고 지어낸 느낌도 있어 쉽게 믿기지 않지만 어느 정도는 근거가 있는 이야기로 들렸다. 부모님에 대한 요즘 자식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이야기였다. 시골에 계신 어머니는 당신의 온 인생을 걸고 아들을 성공시켰고 그 기쁨이 인생의 전부일 텐데. 차라리 내가 들은 이야기가 거짓이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또 한 사람이 이야기했다. 조카의 결혼식을 맞아 시골에 계신 어머님이 올라오신다고 한다. 그래서 동생이 하루 동안 모시고, 본인이 하루를 모시며 남산과 시내 관광을 맡기로 했단다. 혹여 어머님께서 불편하실까봐 잠자리를 비롯한 모든 것을 준비하느라 아주 분주했다고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큰형님이 무척 섭섭해 하실 것이라고 덧붙인다. 큰형님이 자신들을 키워주었기 때문에 동생들이 큰형님의 말씀을 아주 잘 듣는다고 한다. 비록 홀로 된 어머니일지라도 장남 하나 잘 키워 놓으니 집안의 질서도 서고 어머니도 자손들에게 대우 받는다.
집안에서 장남의 역할이 왠지 중해 보인다. 형님이 무서워서라도 부모님을 잘 모신다면 본인도 집안도 모두 복 받는 집안이 된다.
성경은 “네 부모를 잘 모시라”고 말씀하신다. “그러면 네가 장수하고 집안에 복을 주신다”고 말씀하신다. 십계명에서도, 유일하게 복을 주신다는 계명은 ‘네 부모를 공경하라’는 말씀이다. 지금 이 계명이 기독교인들에게 얼마나 실천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하나님의 말씀은 변함이 없으시다.
100세 시대를 맞았다. 부모를 잘 모실 계획을 지금부터 생각해 두는 크리스천이 될 것을 젊은 세대에게 교육하자. 젊은이는 금방 어버이 세대가 될 것이다. 부모를 공경하는 것, 성경이 가르치는 중요한 덕목임을 잊지말자.
한국유나이트문화재단 이사장, 갈렙바이블아카데미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