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 2’ 한국 촬영]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떻게 찍나” 시민들 호기심
입력 2014-03-31 03:03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어벤져스 2)의 한국 촬영이 진행된 30일 서울 마포대교 주변은 촬영 장면과 벚꽃을 구경하러 나온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마포대교는 오전 6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양방향 모두 접근이 금지됐다. 촬영 장비를 실은 5t 트럭 30여대가 마포대교 북단 2개 차로에 줄지어 섰고 통제선에는 경찰차 소방차 구급대 등이 배치됐다. 서울지방경찰청은 마포대교 남단과 북단에 각각 경찰 180여명을 투입했다. 모범운전자회 60여명, 영화사 스태프 70여명도 동원됐다.
촬영 장면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은 시민들은 들뜬 표정이었다. 통제선 밖에서 각종 촬영 장비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꽤 멀리 떨어진 서강대교에서도 사진을 찍는 이들이 보였다. 경찰 관계자는 “당초 1000명 이상이 마포대교 남·북단에 몰릴 것으로 예상돼 경계근무를 강화했지만 그 수준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교통 혼잡도 우려와 달리 심하지 않았다.
영화 촬영은 철통 보안 속에 진행됐다. 시민들이 촬영 장면을 찍으려 하면 곧바로 제작사 측 경호원이 제지하면서 실랑이가 이어졌다. 경찰은 마포대교로 향하는 시민들에게 일일이 “어차피 촬영 모습은 잘 보이지 않는다”며 돌아갈 것을 권유했다. 카메라를 들고 온 김인수(29)씨는 “영화에 나오는 외국 유명 배우를 보고 싶어서 왔는데 카메라로 확대해도 안 보인다”며 “흔한 기회가 아닌데 아쉽다”고 말했다.
마포대교에서 촬영된 내용은 큰 규모의 액션신에 삽입될 장면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대를 모은 할리우드 톱스타는 등장하지 않았다. 크리스 에번스(캡틴 아메리카 역)의 대역 정도만 나타났을 뿐이다. 촬영엔 스태프와 엑스트라 수백명이 참가했다. 마포대교엔 이들을 위해 임시 카페도 마련됐다. 스태프와 엑스트라들은 한식과 양식 2종류로 제공된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촬영 전경을 찍기 위해 여의도와 마포 인근 빌딩 옥상 등을 찾는 이들도 많았다. 경찰은 촬영 ‘명당’으로 알려진 LG 트윈타워와 한국전력 건물은 물론 마포대교를 내려다볼 수 있는 주변 고층건물 출입을 모두 통제했다. 마포대교 북단 한신빌딩 경비원 박모(62)씨는 “사람들이 영화 촬영 장면을 보겠다며 옥상으로 올라가려 해서 제지하고 있다”며 “시간당 10명 정도 찾아왔는데 다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벚꽃이 예년보다 일찍 개화했다는 소식에 주말을 맞아 봄꽃 구경에 나선 시민들의 불편도 이어졌다. 서강대교와 원효대교로 우회하는 차량이 몰리면서 오후 3시 여의대로·마포대교 남단 일대가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횡단보도까지 통제하면서 여의나루역 쪽에서 벚꽃을 보기 위해 걷던 시민들은 50븖가량 돌아가야만 했다. 박모(30)씨는 “봄꽃 사진을 찍으려 했는데 영화사 관계자가 ‘사진 찍으면 안 된다’고 저지했다”며 “왜 주말 나들이까지 피해를 주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유나 박요진 박세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