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의 디바’ 이은미, 음반명 ‘스페로 스페레’ 힘들게 사는 분들에게 가슴 뛰는 희망 노래
입력 2014-03-31 07:06
가수 이은미(48)가 첫 장기 공연을 열었던 건 1993년이었다. 그는 비싼 대관료를 충당하기 위해 당시 하루 2회 공연을 열었는데, 공연 경험이 많지 않았던 만큼 긴장을 많이 할 수밖에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콘서트를 연 지 닷새가 지나자 목소리도 제대로 안 나왔다. 대기실에 앉아 망연히 거울을 보던 이은미는 이런 생각을 했다. ‘나는 누구일까. 무엇이 나를 이렇게 무겁게 만드는 걸까.’
고민 끝에 그는 신발을 벗고 무대에 올랐다. 그리고 그전까진 경험하지 못한 자유로움을 느꼈다. 이후 이은미는 신발을 벗고 무대에 섰다. 사람들은 그를 ‘맨발의 디바’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최근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 한 사무실에서 이은미를 만났다. 그는 “최고의 여성 가수에게 붙이는 수식어가 ‘디바’이지 않느냐”며 “가수들 중 가장 훌륭한 별명을 가진 사람이 나인 거 같다”고 말했다.
“맨발로 무대에 서는 건 자유로움을 좀 더 가깝게 느끼기 위해서예요. 그래서 발에 상처도 많이 생겼지만 발바닥이 까맣게 되진 않아요. 제 발을 본 사람들은 아기 발바닥 같다고 해요(웃음).”
이은미는 지난 27일 2년 만에 새 음반을 발표했다. 총 5곡이 담긴 미니앨범으로 음반명은 ‘살아있는 한 희망은 있다’는 뜻의 라틴어 ‘스페로 스페레(Spero Spere)’. 음반엔 타이틀곡 ‘가슴이 뛴다’를 비롯해 이은미 특유의 애절하면서도 호소력 짙은 창법이 묻어 있는 노래가 다수 수록돼 있다.
“음반명을 ‘스페로 스페레’라 지은 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서예요. 최근 (생활고에 시달리다 세상을 등진) ‘세 모녀 사건’을 보며 너무 마음이 아프기도 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정말 힘들게 살아가는 거 같아요. 그런 분들에게 ‘꿈이 있다면 가슴이 뛸 수 있다’는 걸 전하고 싶었어요.”
이은미는 신보를 준비하며 편안한 음악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는 “복잡하거나 세련된 구성의 곡보다는 단출하면서 여백이 느껴지는 음악을 들려주고 싶었다”고 했다.
“헐거운 음악, 1.5% 정도 부족함이 느껴지는 음악…. 그런 음악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빈 공간은 듣는 분들의 감성으로 채우면 되니까요. 그래서 곡의 구조나 악기 구성 등을 단순하게 했어요.”
이은미가 가요계에 데뷔한 건 1989년 그룹 신촌블루스 객원 보컬로 무대에 서면서부터다. 올해 데뷔 25주년을 맞은 셈이다. 그는 “궁극적으로는 로커가 되는 게 나의 꿈”이라고 밝혔다.
“마지막 무대가 언제, 어떤 공연이 될지는 저도 알 수가 없죠. 가수의 생명은 대중이 결정하는 거니까요. 하지만 이런 생각은 많이 해요. 마지막 공연을 하게 되면 ‘그래, 나 지금까지 잘해왔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으면, 미련 없이 손 털고 무대에서 내려올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