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는 30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6·4지방선거의 기초선거 공천 폐지를 위한 회담 개최를 요구했다. 안 대표는 또 창당 닷새 만에 기초선거 무공천 대국민 서명운동에 나서며 장외 여론전에 돌입했다. ‘약속을 지키는 안철수와 약속을 어기는 박근혜’라는 구도를 부각시키는 한편 무공천 재검토를 주장하는 당내 여론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단식 농성, 전면 투쟁 등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대여 투쟁 수위를 둘러싼 갈등이 예상된다.
안 대표는 국회 당 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1야당 대표로서 박 대통령께 기초공천 폐지 문제를 비롯한 정국 현안을 직접 만나 논의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4년 전 ‘세종시 수정 논란’ 당시 박 대통령이 언급한 ‘미생지신(尾生之信)’이라는 고사성어와 관련해 ‘미생’의 신의를 높이 평가하며 약속 이행을 강조했던 점을 꼬집었다. 안 대표는 박 대통령에게 “대선에서 무공천 약속은 원래 잘못된 것이냐, 정치적 실리 차원에서 약속을 어기기로 한 것이냐, 아니면 지키고 싶지만 새누리당이 반대하느냐”고 물었다.
청와대는 무공천 회담 요구에 대해 무반응을 보였다.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 난센스”라고 비판했다.
안 대표는 김한길 공동대표 등 지도부와 함께 서울역을 찾아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공약 이행을 촉구하는 대국민 서명운동을 벌였다. 그러나 안 대표 등이 시민들에게 나눠준 홍보물에는 ‘정당공천제 찬반 여부’라는 제목과 함께 MBC 여론조사 결과(찬성 46.5%, 반대 35.4%)가 들어가 있었다. ‘정당공천제 폐지 찬반 여부’에서 ‘폐지’ 글자를 빠뜨렸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정당공천을 찬성하는 홍보물을 돌린 셈이 됐다.
한편 새정치연합은 공직선거후보자 추천관리위원회 첫 회의를 열고 31일부터 3일간 후보자 공모에 들어가기로 정했다. 공천위원인 우상호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심사일정 및 방법에 대해 논의했다”며 “최고위원회의에서 2~3가지 경선 룰 가이드라인을 주면 공천위에서 지역별로 어떻게 적용할지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야에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광역단체장 후보를 전략공천하지 않고 모든 지역에서 경선을 실시하는 방안 등이 논의됐다. 경선룰과 관련해서는 국민경선 방식을 원칙으로 여론조사, 배심원제 등 다양한 룰을 배합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 과정에 당원 조직이 취약한 안 대표 측을 배려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부산시장 선거의 경우 당내 1차 경선을 실시한 뒤 무소속 예비후보인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다시 경선하는 2단계 단일화 방안이 심도 깊게 논의됐다.
엄기영 정건희 기자 eom@kmib.co.kr
안철수, 朴대통령에 “기초공천 폐지 논의하자”
입력 2014-03-31 03:07 수정 2014-03-31 1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