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마블 히어로’ 열풍 왜?… 옆집 오빠같은 ‘친근한 영웅들’ 통했다
입력 2014-03-31 02:27
캡틴 아메리카, 아이언맨, 헐크, 블랙 위도우, 토르…. 미국 만화의 산실인 마블코믹스(이하 마블)에서 만들어낸 히어로 캐릭터가 우리나라 극장가 안팎을 휘젓고 있다. 30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26일 개봉한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져’는 누적 관객 수 102만명을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 중이다. 관객들은 캡틴 아메리카의 화려한 액션에 열광하는 모습이다.
마블의 히어로 상당수가 등장하는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 2’)도 화제다. 내년 개봉 예정인 이 영화는 30일 서울 마포대교에서 한국 로케이션을 시작했다. 촬영 현장 교통이 통제되면서 불만의 목소리도 많지만 그만큼 이 작품을 둘러싼 관심도 높아진 분위기다. 다음 달 24일엔 마블의 대표적인 히어로 중 하나인 스파이더맨을 앞세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까지 관객을 찾는다. 도대체 마블 히어로의 어떤 매력이 영화팬에게 어필하고 있는 걸까.
◇뻔한 영웅은 가라…이색 캐릭터 열전=마블은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등을 만들어낸 DC코믹스(이하 DC)와 함께 미국 만화 시장의 양대산맥으로 통한다. DC에 소속된 히어로 대부분이 1930, 40년대에 탄생했다면 마블 출신 캐릭터 대다수는 60년대에 세상에 나왔다.
탄생 시기가 달라서일까. DC와 마블, 두 회사가 만든 히어로는 차이가 뚜렷하다. DC 캐릭터는 2차 세계대전 등 전쟁의 공포가 지배하던 시기에 ‘활동’을 시작해서인지 정의감이 남다르다. 이들이 등장한 작품들 분위기 역시 어둡고 진지한 편이다.
반면 마블 캐릭터는 좀 더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정체성 때문에 괴로워하는 경우가 많으며 힘을 주체하지 못해 사춘기 소년처럼 방황할 때도 있다. 특히 아이언맨은 일반적인 영웅의 이미지와 거리가 멀다. 뻔뻔하고 유머러스하다. 판권이 소니픽쳐스로 넘어가 마블 스튜디오에서 만드는 ‘어벤져스 군단’에 합류하지 못하는 스파이더맨은 일상에선 평범한 고교생이라는 게 특징이다.
이상용 영화평론가는 “마블이 만든 캐릭터는 결핍이 있으면서 이웃집 청년 같은 친근한 느낌을 주는 게 특징”이라고 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마블 히어로 영화는 오락성이 강한 편”이라며 “작가주의적 성향이 강한 배트맨 시리즈와 비교만 해봐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마블의 히어로, 세계를 흔들다=마블 히어로를 둘러싼 인기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가령 ‘어벤져스 2’ 전작인 ‘어벤져스’(2012)는 개봉 당시 세계적으로 15억 달러(약 1조6000억원)가 넘는 수익을 올렸다. ‘아바타’(2009) ‘타이타닉’(1997)에 이은 세계 역대 영화 흥행 순위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마블 히어로 세계의 영토는 점점 확장되는 추세다. 새로운 캐릭터가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으며 ‘어벤져스’처럼 이들 히어로를 모아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작품도 등장했다. 배트맨을 앞세운 ‘다크나이트 라이즈’(2012) 등 DC 히어로물의 선전이 없는 건 아니지만 최근 들어 세계 영화시장은 마블의 히어로들이 휩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벤져스 2’를 홍보하는 호호호비치의 이채현 실장은 “히어로의 심리적 갈등, 이를 통해 캐릭터의 진화 등을 심도 있게 그린 점이 마블 히어로물의 인기 요인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