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줄줄이 선거… 경제난·부패 쟁점
입력 2014-03-31 02:48
터키의 30일(현지시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주요 신흥국들의 선거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터키는 지방선거 이후 8월 대선이 예정돼 있고, 인도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에서도 총선과 대선 등 주요 선거가 치러진다. 하나같이 경기침체와 부패로 얼룩진 현 정권에 대한 심판과 함께 각종 사회적 갈등이 치유될지 관심이다.
◇터키, 지방선거는 대선의 전초전=주요 지방자치단체장을 뽑는 30일 선거는 어떤 면에서는 중량감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지만 지난해 부패 스캔들로 타격을 받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 정권에 대한 ‘국민투표’의 성격이 짙다. 특히 직선제 도입 이후 처음 치르는 오는 8월 대선을 앞두고 있어 국제적 관심은 더욱 크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터키 정부가 트위터, 유튜브 등의 접속을 차단하는 등 강경 대처하면서 사회적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대선은 이슬람주의와 권위주의 정치를 강화하려는 에르도안 총리와 온건 이슬람주의를 표방하는 터키의 대표 성직자 페툴라 귈렌의 한판 대결이 예상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인도, 문제는 경제…여성표의 향방 관심=인도 총선은 4월 7일부터 5월 12일까지 약 한 달 동안 치러진다. 세계에서 가장 긴 선거기간을 자랑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힌두 민족주의 성향의 제1야당인 인도국민당(BJP)이 10년의 집권 이후 부패와 경제 실패로 인기가 바닥인 국민회의당(NCP)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인도 증시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것도 나렌드라 모디 구자라트주(州) 주지사가 이끄는 BJP의 승리가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구자라트주의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끌었던 모디 주지사가 차기 총리가 될 경우 인도의 경제개혁에 박차를 가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미국의 싱크탱크 우드로윌슨센터의 마이클 쿠겔먼 연구원은 “여성에 대한 성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여성 문제가 이슈 중 하나로 등장하고 있다”면서 “이번 총선에서 여성표의 향방도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도네시아, 민주주의 정착될까=인도네시아는 민주적 선거가 치러지는 국가 중 인도와 미국에 이어 3번째로 많은 인구를 갖고 있다. 아무래도 4월 총선보다는 7월 대선에 초점이 맞춰진다. 32년의 수하르토 독재 정권이 물러난 뒤 2004년 첫 직선제를 통해 집권한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은 헌법에 따라 두 번째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다. 7월 대선은 인도네시아 역사의 첫 평화적 정권 교체로 기록될 전망이다. 대선 결과는 여전히 안갯속이지만 현재는 야권 유력 주자인 투쟁민주당 조코 위도도 자카르타 주지사가 앞서 있다. 오하이오 주립대 빌 리들 교수는 “이번 선거는 인도네시아가 민주주의를 단단하게 다지는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막강 파워 ANC 특표율이 관심=5월 총선은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 타계 이후 남아공에서 처음 치러지는 총선이다. 총선은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정당이 대통령을 뽑도록 돼 있어 사실상 대선이나 다름없다. 제이컵 주마 대통령과 집권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는 1994년 이후 총선 때마다 60%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번 총선에서도 무난히 과반 득표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문제는 득표율이다. 최근 소득 불균형, 실업률, 부패 스캔들 등으로 ANC에 대한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다. ANC가 집권을 하더라도 앞으로 주요 정책 수정 등 중요한 변화가 예상된다.
◇브라질, 신흥경제 대국의 미래는=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은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의 정치적 적자다. 하지만 호세프 대통령 집권(2011년) 이후 브라질 경제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중국의 성장률 둔화로 브라질 경제를 지탱했던 원자재 수요가 줄어들면서 올해 브라질 경제성장률은 1∼2%로 예상된다. 야당의 핵심 공격 포인트다. 이번 대선은 라틴아메리카의 최대 경제대국 브라질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대기로가 될 수 있다. 미 컬럼비아대 마르코스 트로요 교수는 “대선 이후 브라질은 저성장 시대로 접어드느냐, 새로운 신흥강자가 될 수 있느냐를 결정하는 시대를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