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놀이 떠나기 전… 전염성 강한 홍역 예방접종부터

입력 2014-03-31 02:44


한낮 기온이 영상 20도까지 치솟는 날이 많아졌다. 그만큼 봄이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왔다는 신호다. 주말마다 외곽으로 빠지는 간선도로에는 나들이 차량 행렬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날씨가 좋을 때 조심해야 할 게 있다. 기온이 오르면 나들이객이 늘어나는 것처럼 각종 세균과 바이러스도 성행하기 때문이다. 한림의대(평촌)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승순 교수의 도움말로 주로 따뜻한 봄철에 유행하는 수족구병, 볼거리, 홍역 등 3대 어린이 감염병에 대해 알아본다.

◇수족구병=말 그대로 손과 발, 하지, 입에 4∼8㎜ 크기의 수포와 궤양, 물집이 생기는 병이다. 콕사키 바이러스 A16, 엔테로 바이러스 71형 등과 같은 장 바이러스 감염으로 발병하고 만 6세 이하의 어린이에게 잘 생기는 것이 특징이다.

주로 여름에 유행하지만, 올해의 경우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예년보다 기온이 일찍 높아져 유행 시기도 크게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족구병은 보통 감염 후 1주일 정도면 자연히 낫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감염될 경우 뇌막염과 뇌염, 마비성 질환으로 이어져 사망할 수도 있다. 지난 1997년과 1998년, 말레이시아와 대만에서 수족구병으로 각각 50명과 78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수족구병은 아직까지 예방백신이 없다. 또 한 번 걸리면 항체가 생겨 다시 걸리지 않는 홍역이나 볼거리와 달리 몇 번이고 다시 걸릴 수 있으므로 외출 후 손발 깨끗이 씻기 등 철저한 개인위생관리가 필요하다.

감염 시 전염력을 완전히 잃을 때까지 아이를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보내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볼거리=정식 명칭은 ‘감염성 이하선염’이다. 볼거리는 파라믹소 바이러스과에 속하는 볼거리바이러스, 거대세포바이러스, A형 인플루엔자바이러스, 콕사키바이러스 등 여러 바이러스에 감염돼 생긴다.

국가필수예방접종 감염질환에 포함돼 생후 12∼15개월과 4∼6세 때 예방접종을 하지만 항체가 안 생기는 경우도 전체 접종자의 약 10%에 이를 정도로 적잖아 주의가 필요하다. 볼거리는 수족구병과 달리 한 번 앓고 지나가면 다신 안 걸린다. 따라서 예방을 위해선 백신접종이 필수적이다.

볼거리란 별명으로 짐작할 수 있듯이 감염 시 침샘이 있는 한쪽 턱 또는 양쪽 볼이 붓는 증상을 보인다. 보통 감염 후 1주일 정도 뒤면 자연 치유돼 저절로 좋아진다.

사실 이 병은 합병증이 더 무섭다. 바이러스가 혈관, 림프관 등을 통해 다른 장기로 파고들면 또 다른 질환이 생긴다. 대표적인 것이 뇌수막염이다. 귀밑이 붓고 열이 나고 심한 두통이 있다면 뇌수막염을 의심해야 한다.

성별에 따라 남성은 고환염, 여성에게는 난소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특히 남성은 고환이나 부고환의 크기가 커지고 붉어지며 부종이 나타난다. 열이 나고 소변이 탁해지기도 한다. 통증으로 걷는 게 힘들어질 수도 있다.

여성 역시 귀밑이 붓는 증상과 함께 아랫배가 아플 경우 볼거리 난소염을 의심해야 한다. 열과 구토, 통증이 가장 큰 증상이고 심할 경우 바이러스가 나팔관으로 침투, 나팔관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홍역=고열과 기침, 콧물, 눈 충혈, 눈곱과 같이 환절기 감기에 걸렸을 때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데다 전염성도 강한 질환이다. 홍역을 일으키는 RNA와 파라믹소 바이러스는 접촉자 중 90%가 옮을 정도로 전염성이 강하다.

홍역은 감염 시 잠복기를 거쳐 열흘 후부터 피부에 발진이 나타난다. 이 발진은 귀 뒤, 목에서부터 시작해 얼굴, 배, 등, 팔다리로 빠르게 번진다. 초반에는 여드름처럼 크기가 작고 붉은 색을 띠지만 시간이 지나면 점차 커져 서로 뭉치고 색상도 암적색 또는 갈색으로 변한다.

반점은 보통 1∼2일 후 사라지는데, 그렇다고 안심해선 안 된다. 일주일까지는 전염력을 유지하기 때문. 완치될 때까지 항바이러스제를 거르지 말고 복용해야 한다.

볼거리와 마찬가지로 국가필수예방접종 감염질환이라서 생후 12∼15개월과 3∼5세에 주사를 맞는다. 역시 한 번 앓으면 면역이 생겨 다시는 걸리지 않는다.

다만, 감염자 1000명 중 1∼2명에게서 뇌염, 수막염이 나타나고 중이염과 장염을 합병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주의도 필요하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