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신대 길자연 총장 사의… 당분간 부총장 체제될 듯

입력 2014-03-30 17:37 수정 2014-03-31 02:41


길자연(사진) 총신대 총장이 취임 88일 만에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총신대는 당분간 부총장이 총장을 맡는 대행 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회의 대표적 신학교 중 하나로서 대내외적 위상에 흠이 갈 것으로 우려된다.

길 총장은 지난 28일 열린 학교 운영위에서 “총신대 발전과 총회 안정 및 평화를 위해 총장직에서 물러 나겠다”고 밝혔다. 길 총장의 사퇴 선언은 학내는 물론 소속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 인사들도 예상치 못했다. 총장 자격의 적법성을 둘러싼 논란과 갈등이 법정 소송으로 이어지는 등 격화되면서 전격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73세인 길 총장은 지난 연말 취임 당시 교단 헌법의 ‘정년 70세에 은퇴한 사람은 공직을 맡을 수 없다’는 조항 때문에 교단 안팎에서 사퇴 압력을 받아왔다. 총장 선출 직후에는 2011년 칼빈대 총장 시절 교육인적자원부 지시를 불이행한 이유로 총장 승인이 취소됐던 경력이 문제가 됐다. 사립학교법에 ‘(총장 등)임원 승인이 취소된 자에게는 향후 5년간 학교법인 임원이 되지 못하도록 한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에 총신대 총장 자격이 없다는 지적이었다.

예장 합동 총회와 교육부에는 길 총장의 총장직 수행과 자격을 문제 삼는 투서가 잇따랐다. 급기야 이달 초에는 총신대의 한 교수가 서울중앙지법에 총장 직무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내달 4일 첫 심리가 열릴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일에는 합동교단의 총회장을 지낸 증경총회장단 소속 원로 목회자들이 모여 “70세를 정년으로 규정한 총회 헌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길 총장을 겨냥한 것이다.

길 총장은 사퇴를 표명한 직후 본보와의 통화에서 증경총회장단의 결의 때문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일을 잘하는 것보다 교단 화합이 더 중요해 사의를 표했다”면서 “처음 총장에 선임됐을 때 덕치(德治)를 하려 노력했으나 이쪽저쪽을 모두 아우르려 해도 잘 되지 않았다”고 그간의 불편했던 심경을 밝혔다.

총신대 규정에 따르면 총장 유고시 총장 대행은 부총장이 맡도록 돼 있다. 현재 총신대에는 함영용(대학) 부총장과 박건택, 심상법(이상 대학원) 부총장 등 3명이 있다. 총신대 재단이사회는 내달 초 이사회를 열어 길 총장이 제출한 서면 사의서를 접수하고, 수리 여부를 결정한 뒤 총장 대행을 선임할 예정이다. 길 총장은 지난해 12월 17일 총신대 운영이사회에서 3분의2 이상 득표로 총장에 당선돼 같은 달 30일 취임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