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與 서울시장 경선 후보들 성숙한 모습 보여라

입력 2014-03-31 02:21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이 우여곡절 끝에 정상 궤도에 진입했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당의 경선관리 방식에 불만을 표시하며 활동을 전면 중단한 지 사흘 만에 활동 재개를 선언함에 따라 경선은 김 전 총리와 정몽준 의원, 이혜훈 최고위원의 삼파전으로 치러지게 됐다.

3명의 예비후보는 경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이구동성으로 ‘아름다운 경선’을 다짐했다. 그러나 경선전이 본격화되기도 전에 분위기가 지나치게 과열되면서 국민과 서울시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 당 공천관리위원회가 경선 관리에 혼선을 자초한 데다 김 전 총리와 정 의원 측이 과도하게 신경전을 펼쳤기 때문이다. 황우여 당 대표가 그동안의 잡음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완벽한 관리를 다짐했으나 또 어떤 분란이 생길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시장은 지방선거의 승패를 사실상 결정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여야가 좋은 후보를 내세우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이번 선거의 경우 박원순 현 시장이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로 진작 확정됐기 때문에 새누리당 시장 후보 경선이 최대 이슈로 부각돼 있다. 아름다운 경선은 새누리당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필요하지만 전체 지방선거의 건전한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새누리당 경선 현장은 처음부터 과열·혼탁이 판을 쳤다. 김 전 총리의 경선 참여설이 나돌자 정 의원 측은 집요하게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의 의중) 논란에 불을 지폈다. 박 대통령이 경선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몰라도 뚜렷한 근거도 없이 박심 운운한 것은 정 의원의 무리수였다. 반대로 김 전 총리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의 통화 사실을 언급한 것은 박 대통령을 업으려 했다는 오해를 받기 십상이다.

김 전 총리 측이 빅딜설(이 최고위원이 경선에서 친박계 표를 정 의원에게 몰아주는 대신 동작을 지역구를 물려받는다는 것)을 제기한 것이나 김 전 총리 측과 정 의원 측이 앞 다퉈 금권선거 가능성을 거론하는 것도 볼썽사납다. 문제 제기가 됐으니 이제 사실여부 검증은 당에 맡기는 게 옳다. 대신 예비후보들은 서울시 발전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새누리당은 경선투표 날짜만 4월 30일로 확정했을 뿐 TV토론회나 합동연설회 방식과 일정은 미정 상태다. 때문에 이를 놓고 예비후보들이 힘겨루기할 가능성이 높다. 공천관리위원회의 공정한 관리가 중요함은 말할 것도 없다. 이 시점에서 더 중요한 것은 예비후보들의 성숙한 자세다. 전직 총리와 차기 대선주자, 집권당 최고위원 간 경쟁이라면 민주주의 선거의 전범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는가. 선당후사(先黨後私)는 기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