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 진트 아인 폴크” 박 대통령, 독일어로 통일 의지 강조
입력 2014-03-29 03:24
박근혜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독일 드레스덴 공대에서 한국어로 연설을 하던 도중 “뷔어 진트 아인 폴크(Wir sind ein Volk)”라며 독일어를 인용했다. ‘우리는 한 민족이다’는 의미로 통일 직후 동서독 주민들이 한목소리로 외쳤던 구호를 통해 남북통일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남북이) 평화통일로 가는 여정에 독일인 친구 여러분이 함께해 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파란색 후드의 검은색 학위복을 입은 박 대통령은 드레스덴 공대 총장으로부터 명예박사학위서가 들어 있는 원형 나무통을 전달받은 뒤 연단에 섰다. 학위수여식에 앞서 로타르 드 메지에르 통독 당시 동독 총리가 박 대통령의 삶과 정치철학, 학위 수여 배경을 소개했다.
박 대통령이 “대한민국이 어려울 때 힘이 되어준 독일의 신뢰와 믿음에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다시 한번 감사 드린다”며 선친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독일이 도움을 준 것에 사의를 표하자 박수가 터져나왔다. 박 대통령은 “당시 독일을 방문하셨던 한국의 대통령은 2차 세계대전의 폐허를 극복하고 라인강의 기적을 이룬 독일을 보면서 한국에서도 기적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소개했다.
박 대통령은 또 자신이 대학시절 전자공학을 공부한 공학도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저는 과학기술이 국가발전의 초석이자 원동력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가 한국의 대통령이 된 후 미래창조과학부를 새로 만들고 창조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다”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공대에서 박근혜정부의 핵심 경제기조인 창조경제 세일즈에도 나섰다.
박 대통령의 연설은 23분 동안 진행됐으며 국내 TV로 생중계됐다. 연설에서 박 대통령이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북한’으로 45차례 거론됐다. 이어 ‘통일’ 34차례, ‘한반도’ 23차례, ‘평화’ 16차례 순이었다. 연설이 끝나자 참석자들은 기립해서 박수를 쳤다.
연설 이후 행사에서 한국인 바이올리니스트가 포함된 현악 4중주단이 우리 가곡 ‘금강산’을 연주하자 박 대통령은 눈물이 고인 듯 손으로 눈가를 만지기도 했다.
드레스덴 공대는 슈타니슬라프 틸리히 독일 작센주 총리의 제안으로 박 대통령에 대한 명예박사학위를 심사했으며 대학 이사회가 이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은 다섯 번째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날 학위 수여식에는 틸리히 주 총리와 드레스덴 공대 교수진, 드레스덴시 정부·법조계 인사, 주요 기관장 등 350여명이 참석했다. 이 대학에서 유학 중인 한국학생 20여명 등 재학생 50여명도 자리를 함께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