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원 이상 벌금형 1000일 노역한다
입력 2014-03-29 02:04
대법원은 허재호(72) 전 대주그룹 회장의 일당 5억원짜리 노역으로 공분을 불러일으켰던 노역제도를 전면 개선키로 했다. 1억원 이상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벌금 미납 시 원칙적으로 1000일을 노역해야 한다는 기준안도 제시됐다.
대법원은 28일 전국법원 수석부장판사회의를 열고 노역제 기준안을 내놨다. 기준안은 벌금 1억원 미만 선고 사건의 경우 일당을 10만원으로 하고, 벌금이 1억원을 넘을 경우 벌금액의 1000분의 1을 일당으로 정하도록 했다. 기준안에 따르면 벌금 254억원을 선고받은 허 전 회장의 노역 일당은 2540만원이 된다. 원칙을 따를 수 없는 예외적인 경우더라도 벌금액에 따라 노역 일수의 하한을 설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대법원은 논란이 됐던 향판(지역법관)제도 개선 방안도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
박병대 대법원 행정처장은 회의에서 “최근 법원을 바라보는 국민과 언론의 따가운 시선과 우려의 눈빛을 모두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벌금형의 환형유치와 관련해 형평과 정의라는 사법의 근본가치가 지켜졌는지를 두고 거센 비난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법관 사회가 상황의 엄중함을 절실히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현실을 냉철하게 점검하고 진단할 필요가 있다”고 사법부 구성원들의 자성을 촉구했다.
법원은 2010년 허 전 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254억원을 선고하며 벌금 미납 시 일당 5억원짜리 노역에 유치하도록 판결했다. 벌금을 납부하지 않고 해외로 도피했던 허 전 회장은 지난 22일 귀국해 ‘황제 노역’을 시작했고, 판결을 선고한 법원이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