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드레스덴 선언’] 콜 전 총리, 1989년 12월 드레스덴 연설서 통일 구체화

입력 2014-03-29 02:13


드레스덴은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가 통일과 관련된 역사적 연설을 남긴 곳으로 유명하다.

콜 전 총리는 1989년 12월 19일 당시 폐허였던 성모교회(Frauenkirche) 앞에서 공개적으로 독일 통일을 천명했다. 훗날 그는 이 연설에 대해 “독일 통일 과정에서 나의 가장 결정적 순간이었다”고까지 회고했다.

콜 전 총리는 연설에서 “역사적인 순간이 그것을 허용한다면 나의 목표는 한결같이 우리 민족의 통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독일인들에게 자결권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 답은 ‘예스’”라며 “여러분이 국가의 미래를 위해 결정하는 것을 존중한다”고 강조한 뒤 독일 국민의 자결권을 대내외에 선포했다.

당시 독일에선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지만 정치인 누구 한 명도 통일이라는 말을 입 밖에 낼 수 없었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국으로서 스스로 통일을 이룰 수 없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독일은 전승 4대국(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의 동의가 있어야만 통일이 가능했다. 하지만 콜 전 총리는 드레스덴 연설에서 이 한계를 뛰어넘었다.

콜 전 총리는 연설에서 독일 통일이 유럽의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역설했다. 그는 “유럽과 세계에 우리 독일인들만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이 우리를 불안하게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며 “독일이라는 집은 유럽이라는 지붕 아래에 지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전후에 절대로 전쟁이 없도록 하겠다고 맹세한 그 젊은 세대에 속한다”며 “독일 땅에서 평화가 시작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콜 전 총리는 한 달 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것에 대한 벅찬 감정도 연설에서 표현했다. 그는 “친구와 친척, 가족이 다시 함께 만났다. 우리는 그것을 위해 40년을 기다렸다. 지금 그것을 체험할 수 있게 허락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끝으로 “이제 우리 앞에 있는 이 길을 평화적으로 이웃과 함께 계속 걸어갈 수 있도록 서로 돕고 연대하자”며 “하나님이시여, 우리의 조국 독일을 축복하소서”라고 연설을 마쳤다.

그는 이날 동독 주민들의 통일 열기를 온몸으로 느꼈다고 회상했다. 그는 드레스덴 연설을 계기로 점진적 통일에서 급진적 흡수통일로 통일 방식을 바꾸었다. 결국 동서독은 드레스덴 연설이 있은 지 10개월 후 통일을 이뤘고, 콜 전 총리는 통일 독일의 초대 재상이 됐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