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드레스덴 선언’] 한반도 평화정착·통일 구상 닮은 꼴
입력 2014-03-29 02:34 수정 2014-03-29 15:01
DJ 베를린 선언과 朴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 비교
박근혜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드레스덴 공대 연설을 통해 천명한 대북 구상이 남북 관계의 국면 전환을 가져올 수 있을까. 박 대통령은 이번 연설을 통해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등 인도적 문제, 인프라 구축 등 대규모 경제협력, 주민 간 동질성 회복 등을 위한 3대 제안을 발표했다.
박 대통령의 이번 구상은 2000년 3월 독일을 국빈방문해 베를린자유대학에서 ‘베를린 선언’을 발표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구상과 닮은꼴이다. 박 대통령의 이번 연설의 정확한 명칭은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구상’이고, 김 전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 명칭은 ‘독일 통일의 교훈과 한반도 문제’였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 정착과 남북통일을 위한 중대 제안이라는 기본 성격은 같다.
베를린 선언은 당시 남북 관계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북한이 김 전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남북 관계는 이후 급물살을 탔다. 이런 남북 간의 움직임은 그해 역사적인 첫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
베를린 선언은 우선 북한에 대한 정부 차원의 경제협력 및 경제적 지원을 강조했다. 본격적인 경제협력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도로 항만 철도 전력 통신 등 사회간접자본이 확충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번 박 대통령의 대북 구상과 상당 부분 유사하다. 또 당시 북한에 대해 인도적 차원의 이산가족 문제 해결에 적극 응해야 한다고 촉구한 점도 이번 박 대통령의 연설과 비슷하다. 김 전 대통령은 또 남북한 당국 간 대화가 필요하다며 우리 정부의 특사 교환 제의를 북한이 수락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북한은 김 전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에 이례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베를린 선언이 나온 지 불과 8일 만인 3월 17일 당시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과 송호경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 중국 상하이에서 정상회담을 위한 남북 특사 접촉을 가졌다.
김 전 대통령은 그해 6월 13일 항공편으로 평양을 방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남북이 분단된 지 55년 만에 이뤄진 일이었다. 김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정상회담을 통해 ‘통일 문제의 자주적 해결’ ‘1국가 2체제의 통일 방안 협의’ ‘이산가족 문제의 조속한 해결’ 등 5개 항목의 6·15남북공동선언을 발표했다. 남북 간 경제협력 문제가 본격 논의되고 개성공단 설치 합의가 이뤄진 것도 6·15선언 직후였다.
또 광복절인 8월 15일에는 서울에서 제1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열려 인도적 문제도 일정 부분 해소됐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