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룽시 발급문서 서울서 발송… 조작 드러나

입력 2014-03-29 02:57 수정 2014-03-29 15:40

간첩 혐의 피고인 유우성(34)씨의 출·입경 기록 관련 문건 가운데 중국 허룽(和龍)시 명의로 발급된 ‘사실확인서’가 중국이 아닌 서울에서 발송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자료는 당초 증거로 제출된 중국 공문서 3건 중 유일하게 공식 외교 경로를 거쳐 입수된 문서로 알려졌던 것이다.

사실확인서는 ‘허룽시 공안국 명의의 공문서가 정식으로 발급된 것이 맞는다’는 내용의 문건이다. 대검찰청은 지난해 10월 24일 외교부를 거쳐 주중 선양영사관에 확인 요청 공문을 보냈다. 이후 11월 27일 허룽시 관인이 찍힌 회신이 팩스로 선양영사관에 접수됐다.

그런데 당일 오전 9시20분에 1차 전송된 팩스 공문에는 정체불명의 스팸번호(9680-2000)가 찍혀 있었다. 1시간20분쯤 뒤에는 발신지가 허룽시 공안국 대표번호(043-3422-36○○)로 된 같은 내용의 문서가 들어왔다. 이 때문에 허룽시 외부에서 제삼자가 팩스 번호를 인위적으로 조작해 문서를 전송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됐다.

검찰은 최근 KT 송파지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이 문서가 서울 강남지역에서 선양영사관 팩스로 발송된 기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용 내역 조회가 어려운 인터넷 회선이 사용됐다고 한다. 검찰은 중국 내 협조자가 문서를 만든 뒤 국내로 보냈고, 국정원 측이 이를 다시 선양영사관에 보내 외교 경로를 거친 것처럼 포장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과정에는 국정원 김모(48·구속) 조정관, 권모(52) 과장, 선양영사관 이인철(48) 영사 및 직속상관인 이모(3급) 대공수사처장 등이 관여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싼허변방검사참(출입국관리소) 문건을 위조한 협조자 김모(61·구속)씨와 김 조정관을 다음 주 초 우선 기소할 계획이다.

한편 자살을 기도해 서울아산병원에 입원 중인 권 과장은 인공호흡기를 떼고 자기 이름을 말할 수 있을 만큼 호전됐으나 기억력이 손상됐을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권 과장은 증거 입수 과정 전반을 조율한 것으로 지목된 터라 국정원 ‘윗선’ 수사에 차질이 예상된다.

지호일 정부경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