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씨, 뉴질랜드에 수백억대 부동산

입력 2014-03-29 03:22 수정 2014-03-29 15:40

일당 5억원의 ‘황제 노역’으로 비난받는 허재호(72) 전 대주그룹 회장이 형 집행정지로 석방된 이후 처음으로 검찰에 소환됐다.

광주지방검찰청은 28일 오후 1시26분쯤 출두한 허 전 회장을 상대로 대법원에서 확정된 254억원의 벌금 미납과 공사대금 22억원의 미지급 고소사건 등에 대한 조사를 벌인 뒤 이날 자정을 넘겨 귀가시켰다. 지난 26일 소환조사를 받은 뒤 곧바로 형 집행정지로 풀려난 지 이틀 만이다. 다만 검찰은 “아직 허 전 회장의 (피의자) 신분 변화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허 전 회장은 이날 소환에 앞서 취재진에게 “가족을 설득해 빠른 시일 내에 벌금을 납부하겠다”고 말했다. 또 ‘해외에 재산이 있느냐’는 질문에 “검찰에서 자세히 밝히겠다”고 답변한 뒤 검찰청사로 들어갔다. 검찰은 일단 허 전 회장을 피고소인 신분으로 소환했지만 은닉재산을 찾아내 미납한 벌금을 내도록 압박한 뒤 다른 범죄 혐의가 입증될 경우 사법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허 전 회장이 뉴질랜드에서 5~6년 전부터 운영해온 건설회사 등 16개 회사 설립 자금의 구체적 출처를 캐고 있다. 허 전 회장이 1981년 설립돼 대주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성장해온 대주건설의 ‘고의 부도’를 통해 국내에서 거액의 자금을 빼돌렸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허 전 회장이 횡령과 배임은 물론 외환관리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대주그룹의 계열사였던 대한시멘트와 대한페이퍼텍 등은 2007년과 2008년 담보도 없이 대주건설에 2750억원을 빌려줬다.

검찰은 또 허 전 회장이 그동안 사실혼 관계를 맺어온 여성 3~4명과 이들 사이의 자녀 7~8명, 측근들의 명의로 된 국내외 재산 현황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숨진 허 전 회장의 부인 이모씨 외에 HH레저개발 황모(57)씨 등 허 전 회장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여성 3~4명과 이들 자녀 7~8명으로 구성된 ‘가계도’를 만들었다. 이 중 황씨는 전남 담양 다이너스티 골프장을 소유한 HH레저개발의 대주주로, 국내는 물론 뉴질랜드에도 수백억원대 부동산을 소유한 재력가로 전해졌다. HH레저개발은 허 전 회장과 황씨의 성을 따 만든 대주그룹 계열사다.

황씨는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현지 변호인과 공동으로 시가 270억원 상당의 주차장 부지를 보유 중이다. 오클랜드와 10분 거리인 바닷가 별장형 고급주택 등 자신과 아들 스콧 허(26)씨가 지분을 가진 회사 명의로 소유한 부동산 10여곳의 가치는 300억~40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씨 아들 스콧 허씨는 아버지 허 전 회장이 강제노역에서 풀려난 직후인 27일 뉴질랜드 현지회사 KNC엔터테인먼트의 지분 46% 전부를 정모씨에게 양도한다는 관련 서류를 뉴질랜드 정부기관에 제출했다. 또 대주하우징 역시 주주 1명을 추가 선임해 재산명의 변경에 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지역 법조계의 한 인사는 “황제 노역 파문 이전부터 사실혼 관계의 여성 3~4명이 허 전 회장 사후에 더 많은 재산을 차지하기 위해 각각 변호사를 선임했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말했다.

한편 허 전 회장에게 ‘황제 노역’ 판결을 내린 장병우 광주지방법원장은 광주지법 부장판사로 근무하던 2007년 5월 대주건설이 광주시 학동에 지은 188㎡ 규모의 고급 아파트에 입주했다. 입주 무렵 대주건설은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았다. 또 기존에 살던 아파트는 5개월 뒤 HH레저개발에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